1989년 1월 7일
일본근현대사의 주인공인 히로히토 덴노가 훙했다.
비보를 접한 직후 일본정부는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연호를 시작할 준비를 시작했다.
새로운 덴노에 아키히토 황태자가 즉위하게 되었고,
다케시타 내각의 내각관방장관 오부치 게이조에 의해 쇼와를 대신할 새로운 연호 '헤이세이(平成)'가 공개되었다.
1990년 11월 12일, 새로운 덴노의 즉위식이 거행되었다.
덴노가 교체되면 즉위식은 보통 1년정도 이후에 진행되고 보통 즉위식 이후 얼마 안가 황태자가 책봉된다.
그런데 아키히토 덴노의 즉위식 날짜가 확정된 시점에도 새로운 일본의 황태자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누굴 황태자로 할지는 정해졌지만, 황태자 즉위의 례가 확정되지 않은 것이었다.
아키히토는 미치코 황후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었다.
장남의 이름은 나루히토, 차남은 후미히토, 이 중 나루히토가 황태자가 되는 건 기정 사실이었는데,
문제는 1990년에 벌써 결혼해버린 후미히토와 달리, 장남 나루히토는 독신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루히토의 황태자 즉위식이 미뤄진 것은 황태자비감을 찾아 일단 결혼을 시키기 위함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물론 쇼와 덴노가 살아있던 시절에도 나루히토를 장가 보내기 위한 궁내청의 노력은 지속되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던 중, 나루히토 친왕은 궁내청에 결혼상대를 알리는데, 그게 바로 현 일본의 황후가 되는 오와다 마사코였다.
궁내청은 오오다 마사코와 나루히토 친왕의 연애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했다.
딸만 낳은 집안의 자제이다.
나루히토 친왕보다 키가 크다.
미천한 집안 출신이다.(아버지가 외무성 조약국장)
직업이 있다.(외교관)
별별 핑계를 다 대가며 궁내청은 오와다 마사코에 대해 반대했다.
아마 1920년대였으면 극우파에 의해 궁내성 직원들이 길가다 폭탄을 맞을 발언이었겠지만
시대가 시대인게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나루히토 친왕은 오와다 마사코가 아니면 평생 결혼을 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황실과 궁내청의 격렬한 반대에도 결국 오와다 마사코는 황태자비로 내정된다.
1993년 나루히토 황태자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뤄졌고, 이것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쇼와 덴노의 황후인 고준 황후와 아키히토 덴노의 황후인 미치코 황후는 맏며느리에 대해 곱게 보지 않았다.
결혼 이후 궁내청은 결혼 이후 마사코비에게 임신만을 강요했으며, 이때문에 황태자의 일정에 동석 못하게 했다.
손아랫동서 키코비는 벌써 애가 둘이랜다. 딸만 둘이지만 말이다.
게다가 시댁에서 이쁨 받는 건 여우같은 키코비가 독점하고 있고
궁내청의 정치싸움은 나루히토 황태자보다 후미히토 친왕이 유리해 보일 정도였다.
이렇게 스트레스만 쌓이니 마사코비는 두차례의 유산을 겪어야했다.
그래도 황태자비의 임신 소식이 전해졌고 2001년 황태자 내외 사이에 딸이 태어났다.
아키히토 덴노에게 손녀밖에 없으니 여성 덴노의 부활을 대비해 황실전범을 개정하려는 움직임 나오게 되었다.
그래도 어차피 차기 덴노는 나루히토 황태자이니 이렇게 고생해도 마사코비는 황후가 될 운명인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딸뿐인 것과 가문 내의 서열을 감안하면, 마사코비가 배 아파 낳은 딸 역시 덴노가 될 운명인 것이다.
2006년 키코비가 아들 히사히토를 출산한다.
히사히토는 태어남과 동시에 덴노 승계 서열 3위로 승격되었고, 황실전범 개정도 히사히토의 탄생과 함께 중단된다.
나루히토 일가의 궁내성 내에서 급격히 입지가 밀려났고, 언론에도 후미히토 일가 위주로 공개시켰으며,
궁내성 사람들은 아예 대놓고 나루히토 일가를 무시했다고 한다.
애초에 결혼부터 나루히토는 궁내성과 잦은 마찰을 빚었는데,
어쩌면 이건 시종이 황실을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지만 원래 궁중싸움이 이런 거기는 하다.
그런 나루히토 일가에게 나름의 기회가 찾아왔다.
줄곧 아키히토 덴노는 생전 퇴임을 원해왔고, 결국 2018년 그 의지를 구체화한다.
결국 2019년 5월 1일자로 아키히토 덴노의 퇴임이 공식화되고, 나루히토 황태자의 덴노 즉위가 이루어진다.
그간 나루히토 황태자와 마사코비를 무시해왔던 궁내성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루히토 덴노는 즉위와 함께 궁내성을 물갈이했다.
전근대적 왕정에서 군주의 교체와 함께 그 시종도 교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간 자신과 가족을 들을 무시해온 궁내성에 대한 보복,
향후 나루히토 일가와 후미히토 일가의 궁중 암투를 방지할 목적까지 생각한다면,
그간 아키히토 덴노 밑에서 처신하던 궁내성 인사들은 당연하게 모가지 될 수 밖에 없겠다.
물론 이렇게 평화롭게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존버한 마사코비에 대한 헌사를 쓰고 싶었다면 나는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연호가 바뀌고 덴노도 바뀌면서 일본 황실은 보이지 않는 폭풍 속에 접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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