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 많은 사람들이 일본어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항상 비슷하다.
한자만 없으면 하겠는데...
인정한다. 나도 일본어를 하면서 이런 것도 한자였구나, 이렇게 한자로 표기하는구나 싶은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애초에 한자를 2만자 넘게 외우라고 한다면 손댈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옛날 한문 원서 읽는 거에 비하면 쉬운 편이라는 걸 생각하면
어쩌면 한자 외우고 읽는 게 적응만 된다면 못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게 내가 문과에 평생은 한자와 친숙하게 살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주변에 일본어 잘만하는 이과 친구들 생각하면 확실히 못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개인적인 한자 외우는 법을 적어보고자 한다.
요약하자면 일단 익숙해지고, 차근차근 외우자 정도겠다.
내가 개인적으로 외우는 방법을 적어보겠다.
우선 전제로 한자를 구분하고 가도록 하겠다.
한자는 생성 원리에 따라 6가지 분류가 있는데,
이 중 형성자(形聲字)는 뜻을 뜻하는 '부수'와 소리를 뜻하는 '나머지'가 결합된 한자를 뜻한다.
그리고 그 외의 생성 원리로 만들어진 한자는 '형성자가 아닌 한자'로 구분하도록 하겠다.
1. 쉽고 자주 쓰이는 것부터 차근차근 외워보자
쉽고 자주 쓰이는 한자부터 익숙하게 하도록 하자.
예를 들어, 一二三四 같은 숫자나, 取る, 作る, 使う, 行く처럼 자주 쓰이는 동사,
美しい, 速い,暑い와 같은 형용사, 簡単な, 真面目な와 같은 형용동사(な형용사),
時, 道, 色, 花 같은 명사 등등,
일상적으로 생각하기 쉽고 사용할 일도 흔한 이런 단어를 시작으로 한자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2. 부수를 이해하자
부수는 보통 쉬운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손수( 扌 ), 사람인( 亻 ), 쉬엄쉬엄갈착( 辶 ), 말씀언(言) 등등
외우기보다는 이러한 부수의 특징을 이해하는 게 좋다.
위 네개의 부수를 예로 들자면,
손수는 보통 사람의 행동, 그 중에서도 주로 손으로 하는 행동을 뜻하는 한자에서 사용되곤 한다.
예를 들어 칠 타(打), 누를 압(押-신자체), 개척할 척(拓), 휘두를 휘(揮), 얻을 획(獲) 등등이 있다.
사람인의 경우, 사람이 하는 행동 혹은 사람에게 하는 행동을 뜻한다. 혹은 사람의 특성이나 특징 등도 가리킨다.
그래서 굉장히 범용적이지만 일단 사람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질 인(仁), 시킬 사(使), 의지할 의(依), 모실 시(侍), 인륜 륜(倫) 등등이 있다.
쉬엄쉬엄갈착은 이동하는 행동이나 과정, 혹은 길 등을 의미하는 경향이 있다.
길 도(道), 가릴 선(選), 옮길 운(運), 보낼 송(送), 빠를 속(速) 등등이 있다.
말씀언은 말하는 것이나, 말로(혹은 소리로) 할 수 있는 행동과 관련이 있는 한자에 사용되곤 한다.
말씀 어(語), 보호할 호(護), 의논할 의(議), 호소할 소(訴), 논의할 논(論) 등등이 있다.
이러한 부수만 해도 200몇개가 있는데, 이걸 다 외울 필요는 없다.
자주 보이는 부수만 외우면 된다. 용 용(龍), 이 치(齒), 보리 맥(麥) 이런 건 외울 이유가 없다.
중요한 건 부수가 같은 한자는 발음을 달라도 뜻에 있어 일종의 공통점이 있다는 걸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함정카드 느낌으로 이걸 어기는 한자가 있는데(ex: 얻을 득-得, 권력 권-權) 이런건 외워야 한다.
3. 형성자의 원리에 익숙해지자
형성자는 뜻을 의미하는 부수와 소리를 의미하는 나머지가 결합된 형태의 한자이다.
그래서 부수를 파악하고, 나머지를 기반으로 소리를 추측하는 식으로 때려맞추면 대충 90%는 맞다.
(나머지 10%는 가끔 나오는 형성자처럼 생겼지만 형성자가 아닌 케이스로, 이러면 외워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환영할 환(歡), 권할 권(勸), 권력 권(權)
그러면 觀이 한자는 어떤 의미의 한자일까?
雚이라는 나머지를 공유하니, 발음은 환, 권, 어쩌면 관일 수도 있다.
부수는 見이고 이것은 볼 견이니, 보는 것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보는 것과 관련되어 환, 권, 관 이런 것이라면
관망, 관음, 관측 이런 의미 아닐까?
그렇다. 볼 관(觀)이다.
이런 식의 접근법을 가지면 굳이 외우지 않더라도 저 한자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자주 쓰다보면 외워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으로 한자를 외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모르는 한자가 나오면 2번의 내용과 4번의 내용을 종합해서 파악하곤 한다.
4. 형성자가 아닌 한자는 보이면 외우자
어쩔 수 없다. 한자는 외우지 않으면 답이 없다.
取라는 일본어에서 잊을만 하면 보일 이 한자를 보자.
형성자의 원리로는 이 한자가 '취할 취'라는 걸 설명할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건 형성자가 아니다.
그런데, 趣를 보면 일단 뭔지는 모르겠지만, 형성자의 원리대로면 발음이 취라는 건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재미 취'이다. '취미, 취향'할 때 그 취이다.
굳이 뜻을 외우지 않더라도 雚, 𦰩, 蒦 등 나머지로 주로 쓰이는 이런 한자들의 경우
형성자로 형성된 후 어떤 발음으로 주로 쓰이는 지 그 규칙을 외워야 할 필요가 있다.
보통 나머지가 복잡하게 생겼는데 형성자가 아닌 경우는 없기에,
나머지의 한자가 어렵게 생겼어도 그 발음 특성을 안다면 겁먹지 않고 외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만일 뜻이 불명확해지더라도 발음을 대충 알면 찾아보기도 편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3번을 하기 위해서는 외워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쪽도 무작정 암기하기보다는 다양한 한자를 보면서 적응하듯 외우는 걸 추천한다.
5. 신자체와 일본에서만 쓰이는 한자는 차근차근 외우자
일본에서만 쓰는 한자를 먼저 언급하자면,
辿る나 辻정도가 있겠다. 각각 '더듬어서 보다'와 '갈랫길'을 뜻한다.
이런 건 솔직히 그냥 어렵다. 이런 건 실사용례에 익숙해지면서 외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저 두 단어는 일본에서만 쓰이는 한자지만, 일본어에서 나름 자주 쓰인다.
그리고 신자체(약자)의 경우, 생김새가 비슷하면 의미가 같다고 보는 경우가 편하다고 생각한다.
신자체는 간체와 다르게 과감한 생략을 가하지 않았기에
어려운 부분만 덜어냈으니 같은 한자라고 보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6. 한자는 이해했는데, 일본어로 어떻게 읽는지, 훈독인지 음독인지, 어떤 음독인지가 헷갈린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한달이면 JLPT N3를, 세달이면 JLPT N2를 합격할 수 있는 일본어 실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자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일본어를 공부하시면 됩니다.
여담으로 이 방법에는 한가지 부작용이 있는데, 한자를 쓸 때에는 좀 약하다는 것이다.
나는 읽으라면 대부분의 한자를 읽을 수 있지만, 쓰라고 하면 획수 좀 많아지면 바로 얼탄다.
이런 건 일본 애들도 활자 못 읽는 사회문제가 언급될 정도이니 같은 문제점을 공유한다고 생각하면 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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