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7일차 폼페이

2025. 2. 16. 23:34·이탈리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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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수비오산과 폼페이 유적

이탈리아는 의외로 화산이 많다.

로마 인근에는 수많은 칼데라호가 형성되어있으며, 시칠리아의 에트나 화산은 잊을만하면 터지는 활화산이다.

이러한 이탈리아의 화산 중 가장 유명한 화산은 나폴리 전역에서 보이는 베수비오산일 것이다.

그리고 그 베수비오산을 유명하게 만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대재앙의 도시,

이날의 목적지는 폼페이였다.

 

나폴리에서 폼페이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보통 일반적으로는 이탈리아의 사철인 이탈로를 타고 폼페이까지 이동하는데,

우리는 유레일을 했기에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비록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장소가 이탈로가 다니는 역이었지만, 거기서 트랜이탈리아역까지 엄청 먼 것은 아니었다.

도보 30분 정도?

 

그런데, 타야할 기차를 놓쳐 트랜이탈리아로는 정시 도착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고,

이렇게 된 이상 추가요금을 내고 이탈로를 타야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가격은 그리 비싸지는 않았다. 둘이서 5유로? 그랬던 듯 싶다.

 

폼페이에는 정말 기적적으로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했다.

가이드였던 이탈로(기차아님)씨도 서두르는 우리를 보며 늦은 건 아니니 걱정말라고 말했다.

가이드 투어는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폼페이의 역사 및 주요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대충 이렇게 줄이 그어진 돌이 있으면 그 건물은 상점

가이드였던 이탈로씨는 폼페이의 정말 디테일한 부분을 많이 알려주셨다.

예를 들어, 폼페이의 대로와 골목의 번호들, 폼페이의 수로 시스템, 돌에 난 구멍은 데리고 온 말이나 당나귀를 묶어놓는 곳,

그리고 위 사진처럼 위 사진처럼, 돌에 줄이 그어진 이유는 그 뒤의 건물이 상점이기 때문이란 점 등등등.

폼페이는 무역 중심의 도시였고, 화산폭발 이전까지는 이 앞까지 바다가 있었기에

무역을 기반으로 한 상인들의 도시였고, 조세 등이 모이는 도시였기에 금융업이 발전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도시로 성장했고, 폼페이 내에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상점이었지만, 빵집, 여관, 목욕탕 등등 말이다.

 

그렇기에 줄곧 언급했던 것이었다.

로마제국의 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기에,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폼페이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날씨였다.

이 날은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추운 날이었다. 체감 온도는 분명 영하를 찍을 날씨였다.

따뜻할 남유럽에서 손이 얼어 핸드폰을 못만지는 추위가 닥친 이유는 간단하다. 이 날도 비왔다. 게다가 바람이 진짜 엄청 셌다.

사실상 바람때문에 손이 얼어서 아무것도 못할 정도였다. 패딩을 입었어야 했는데, 12월의 폼페이가 추우리라 생각을 못했다.

시신은 다 타서 가스가 되었고, 그 둘레를 따라 석고가 굳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폼페이는 기대 이상의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특히 사학과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포로 로마노보다도 로마의 정취가 장하게 느껴졌다.

로마의 건축이 얼마나 발전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으며, 이게 가능할 만큼 보존도가 좋았다.

물론 이게 가능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화산재에 깔려죽어야 했는지는 말 안해도 되겠다.

이러한 느낌이 든 것은 포로 로마노에서 가이드 투어를 안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원래 정치적인 문화재보다 이런 일반 시민들과 관련된 문화재에서 역사적 정취가 더 잘 느껴지는 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난 사학과 졸업했다. 이런건 역사에 관심이 깊어야 드는 느낌이기도 하다.

 

이탈로씨와의 가이드 투어는 약 2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 몇시간이었나 기억이 안나네...

가이드 투어가 끝나고 우리끼리 폼페이를 더 둘러보았다.

그러기 앞서, 일단 밥을 먹어야했다. 그런데 이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폼페이 내 단 한군데 빼고는 편의시설이 닫은 상태였다.

다행히 자리를 구해 빵과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

쉬어야했던 이유에는 걷다보니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너무 추워 손이 얼고 체력을 많이 낭비했기 때문이었다.

대충 한시간은 쉬었던 것 같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안될 정도로 추위로 인한 체력소모가 심각했다.

발굴냥이

손과 몸이 녹고, 그래도 폼페이에 특색있는 건축물도 있고, 트랜이탈리아역 쪽으로도 가야하니

대충 한시간 정도를 더 구경했다.

들어간 곳에는 앞의 사진처럼 석고로 굳어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보존도가 높은 타일과 벽화도 볼 수 있었으며,

어떤 건물에서는 고양이가 땅을 파고 있기도 했다.

저 고양이는 고고학을 전공한 게 분명하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삼년이면 위생을 배운다더니, 폼페이 고양이는 발굴을 한다.

 

목적지로 설정한 특색있는 건물은 원형경기장과 검투사 훈련장이었다.

원형경기장은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어쩌면 보존도는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온전해보였고,

그래서인지 핑크 플로이드가 거기서 공연도 했다 한다.

검투사 훈련장은 (이탈로씨의 말을 빌리면) 폼페이의 두번의 대지진 중 첫번째 대지진 이후 버려진 곳으로,

이후 검투사 훈련과 경기는 입구쪽의 극장에서 했다고 한다.

참고로 첫번째 대지진 후 복구한 것이 지금 보는 폼페이 유적지이며, 두번째 대지진이 잘 알려진 베수비오산 분화를 동반한 것이다.

검투사 훈련장

검투사 훈련장은 개조되어 일종의 전시장으로 사용 중이었다.

내부에는 폼페이의 시민들과 검투사들이 먹었던 곡식, 사용했던 토기와 도구들, 그리고 보존도가 좋은 벽화가 전시되어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것은 벽화였는데

퀄리티는 물론이고, 양식 등이 전반적으로 로마나 바티칸의 궁전에서 본 벽화와 유사하였다.

이 두 시대간의 시간차는 대략 1200년이지만, 르네상스-바로크 양식 벽화와 유사한 벽화를 로마시대에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로마시대의 스타일이 르네상스까지 이어진 것이었고,

그 사실을 폼페이에서, 1200년의 시간차에도 유사한 벽화가 있는 것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게 발굴의 가치이기는 하다.

나폴리 뒷골목

이후 폼페이 유적지를 나와 밥을 다시 먹고 나폴리로 돌아갔다.

바람만 차지 않았다면 더 부지런히 움직여 다른 곳을 찾아서 들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나폴리에 도착하니 거의 저녁시간이 되었던 것이었다.

호텔에서 좀 쉬다가 그 전날 갔던 식당에 가려 나폴리 뒷골목으로 향했는데, 이 날을 하필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그 식당은 아쉽게도 닫은 후였다.

애초에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연 식당이 거의 없었다. 나폴리 첫날 축구보며 밥먹은 그 식당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연 식당을 찾으러 역 앞으로 돌아갔고, 전날 저녁과 비교되어서 그런지 가성비가 아쉬웠다.

 

그래도 뭐 먹었으면 된 거지.

 

그렇게 나폴리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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