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당일
나폴리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마친 후 피렌체를 향해 이동했다.
나폴리에서 피렌체까지는 기차로 약 두시간 반이 걸리는데, 고속열차인 라 프레치아를 타면 된다.
이 날은 크리스마스라서 피렌체의 주요 관광지는 전부 문을 닫았고,
그렇기에 나와 내 친구는 여행 준비 과정에서 부랴부랴 일정을 수정해야했다.
그 덕에 유레일 하루 날렸다. ㅅㅂ
아무튼 피렌체로 이동해 호텔에 짐을 맡겼고,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시간반을 더 이동했다.
거리는 얼마 안되는데 이게 완행만 다녀서 그렇다.
그렇게 중간중간 나폴리를 1위로 만들어주지 못한 엠폴리역도 보고, 드넓은 토스카나의 산지를 차창 밖으로 보다가
이 날의 유일한 목적지에 도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망작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탑
이날의 목적지는 바로 피사이다.
피사역에 도착한 후 점심을 먹었고, 점심을 먹은 후 찾아보니 버스가 없었다.
원래는 피사역에서 버스를 타면 피사의 사탑까지 바로 갈 수 있는데, 이날이 크리스마스라 그런듯 싶다.
그렇다고 못 걸을 거리는 아니었다. 걸어서 30분 정도?
문제는 저 탑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티칸에서 박살난 도가니에 다시 한번 충격을 가할 일정이었던 것이다.
피사의 사탑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망작이다.
지면이 불안정해 기운 것이 유명하지만 그 기운 것에 맞추어 무게중심을 재조정하며 지었고,
그 덕에 실제로 보면 거의 곡선으로 기울어있다.(위 사진의 위치에서 반대편으로 가면 정말 곡선이다)
게다가 비교적 최근에 한차례의 보수공사가 행해졌는데, 그 덕에 이제는 다시 세워지고 있다고 한다.
정말이지 온갖 방법을 가하며 망작의 위용을 뽐내는 탑이라 할 수 있다.
너무나도 유명하다보니 전세계 사람들이 저 탑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게 각도를 잘맞춰야 하는 것이다보니 그냥 보면 정말이지 멍청하기 그지 없다.
전세계 사람들을 멍청이로 만든 망작. 정말이지 참 가관이다.
물론 나도 멍청하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피사는 모두를 멍청이로 만드는 도시이니 멍청한 맛을 즐기는 거다.
반박 안받음
위 사진은 피사의 사탑 들어가면 나오는 곳에서 찍은 것이며 최대한 지면과 수평을 맞춰 찍은 것이다.
그 증거로, 위 사진의 철기둥은 지면과 정확히 수직을 이루는 것이다.
저 바닥에 물병을 놓으면 당연히 굴러간다. 도깨비도로 같은 게 아니라 잘못 지은 것이다.
그리고 이 각도는 탑을 오르는 계단이나 탑 위에서도 동일하게 기울어져 있다.
워낙 유명하다보니 많은 사람이 이 탑을 올랐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쿠폴라보다도 계단이 닳아 있었다.
참고로 이 탑은 오래되기도 했지만 대리석으로 지어졌다. 햇빛 받으면 눈이 부시고 계단은 미끄럽다.
피사의 사탑은 전형적인 고소공포증 유발제였다.
가뜩이나 좁은 계단에, 난간 너머로 야외가 보이니 자연스레 고소공포증이 생기는데 가운데가 뚫려있다.
그래서 나는 종 있는 곳까지 안가고 내 친구만 올라갔다.
고소공포증이 만드는 문제 중 하나가 도가니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다가 다리 풀리면 ㅈ된다.
대신 그래도 올라왔으니 피사의 사탑을 한바퀴 돌며 피사의 전경을 구경했다.
말이 구경이지...
피사의 사탑은 이름대로 기울어져 있고, 그 기울기는 탑을 올라야 제대로 체감이 된다.
모든 길이 경사로이기 때문이다. 이러니 고소공포증이 안터질 수가 없다.
전세계 고소공포증 환자들 징징대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환자 중 하나가 나였다.
피사의 사탑이 기울어진 원인 중 하나는 피사가 범람원 습지 위에 지어져 지반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표면적이 넓은 피사대성당을 제외하고,
세례당과 탑은 이렇게나 기울어져 있는 것이었다.(세례당은 그나마 덜 기울어져 있지만 그래도 기운 게 보인다.)
우리는 피사의 사탑만 예약해서 갔고, 시간도 애매하고 마침 이날이 크리스마스이니 피사대성당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피사대성당은 입장료가 없다. 매표소가서 티켓 달라하면 바로 끊어준다.
뭐 볼게 많아서 갔다기 보다는, 사실 탑보다 성당이 메인 건물의 역할이기도 하고 이날이 크리스마스라 들어간 것이었다.
다시 교회다니는 내 친구와 함깨 기도를 했다. 나는 별 얘기 안하고 '예수님 생일 축하해요!' 한마디 했다.
피사대성당은 중세시대 성벽 옆에 세워진 것이라서 주변을 성벽이 둘러싸고 있었다.
겸사겸사 성벽 구경할 겸 피사역이 아닌 피사 S Rossore 역으로 이동했다.
참고로 이 역이 피사역보다 피사의 사탑과 가깝다. 대신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피사의 사탑을 나오며 시간이 애매해 한군데를 더 들릴 지에 대해 친구와 논의했다.
유명한 곳은 못가고, 대신에 일종의 업적작 느낌의 근처 소도시를 가려고 했다.
그렇게 결정된 것은 루카였다.
그런데 피사 S Rossore역에 도착하니 눈 앞에 루카가는 기차가 떠나갔고, 그렇게 루카행은 취소되었다.
(다음 기차가 두시간 후였나? 그거 타면 저녁을 못먹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차로 한정거장을 이동해 피사역으로 돌아갔고, 피사역에서 시간 좀 떼우다가 피렌체로 돌아갔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산타 마리아 노벨라성당을 밖에서 구경했고, 베키오다리가 잘 보이는 산타 트리니타 다리까지 보고 왔다.
아름다운 피렌체의 밤거리를 걸어다닌 후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피렌체는 토스카나주의 주도이고, 토스카나 지방은 가죽 수공업으로 유명하다.
가죽을 만들려면 소를 키워야하고, 자연스레 토스카나는 소고기 요리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그 소고기 식당 중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집으로 갔다. 참고로 드럽게 비쌌다.
비정상회담의 애청자로서 알베르토가 광고하는 스테이크집이 피렌체에 있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왔다.
다만 너무 비싸 갈 생각을 못했는데, 내 친구가 여기 가자고 데려갔고, 기왕 온 거 가자고 마음 먹었다.
참고로 여기는 내가 묵은 호텔인 C 호텔 앰바시아토리 바로 옆이다. 심지어 같은 건물인가 그랬다.
개인적인 평가는,
나쁘지는 않았는데 바티칸 옆의 식당에서 먹었던 스테이크와 비교한다던가 가성비를 감안하게 되면
여러모로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여담으로 이때 그 유명한 키안티를 마셨다.
개인적으로 와인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탈리아 와서 마신 와인은 전부 맛있었다.
이후 숙소로 돌아와 술을 마시고 잤다.
이 호텔은 발코니가 있었고, 그 발코니는 흡연이 가능했기에 벌벌 떨면서 편하게 담배를 폈다.
호텔 방을 나가지 않아도 담배를 필 수 있다니ㅠㅠㅠ
물론 피기 전에 카운터로 가서 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이번에도 카운터 직원은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펴도 된다고 말해줬다.
항상 느끼지만 유럽식 흡연문화는 적응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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