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미로 보는 고이즈미 부자

고이즈미 신지로

'펀쿨섹좌' 고이즈미 신지로

3000엔을 넘긴 일본의 쌀값을 비축미 무제한 방출을 통해 2000엔대로 복구 시키고 있어 현재 평이 좋다.

물론 이 정책이 지속가능한 정책인지, 비축미 감소가 어떤 역효과로 이어질지 등, 우려할만한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 단기적 효과만큼은 굉장히 눈에 띄고 확실하다는 점에서 고평가 할만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없는 건 아니다.

물론 그 반대 의견이라는 게 자민당 내의 농수파 의원들, 여야의 지주 자식들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맞지만

선술했듯 우려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는 것과, 추진력과 단기 성과에 역효과의 조짐이 가려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긴 하다.

 

어제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에 '이참에 쌀 정책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에 언급한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장기적 플랜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라 보면 된다.

참고로 이 아저씨는 시코쿠 대지주의 손자다.

물론 위에 언급한 역효과라는 게 구체적으로 예상 가능한 것도 아니고 피상적으로 이미 드러난 것도 없으며

그냥 장관 고이즈미 신지로와 농림수산성이 일을 잘한다면 나오지 않을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 '레이와의 쌀 소동'이라는 주제는 누군가를 상당히 떠올리는 것이기도 하겠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우리나라에는 독도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로 인해 이미지가 상당히 안좋은, 펀쿨섹좌 고이즈미 신지로의 아버지이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정치인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능력면에서 상당히 고평가하는 편인데,

이미지메이킹이라는 면에서의 '극장 정치'는 저번에 언급했으니 제외하고

이번에는 쌀 소동과 관련하여 나오는 '단기 성과'라는 면에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생각한다면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와 방향성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껴진다.

 

(55년 체제 붕괴 이후)자민당의 정권 탈환 후 총리는 대충 다음과 같다.

하시모토 류타로-오부치 게이조-모리 요시로-고이즈미 준이치로-아베 신조(이하 생략)

이 기간은 소위 '버블 붕괴'로 유명한 일본의 역사상 최대의 경제 침체의 시대인데,

위 총리 중 하시모토, 오부치, 모리는 기본적으로 국가 재정을 동원한 경기 부흥을 기본 노선으로 선택했다.

원래 메이지 유신부터 일본의 기업(공기업/사기업 전부)이라는 건 국가 재정의 지원 하에 성장 및 유지되던 것이었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정책 노선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노선은 고이즈미 준이치로에 의해 180도 뒤바뀌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신자유주의적 국가 재정 정책을 선택했고, 그 핵심은 국가 기관의 민영화와 성역없는 구조조정이었다.

여기에 더해 국가는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이여, 기업과 공공기관 역시 긴축 재정을 행하라고 했다.

2002년(헤이세이14)부터 본격화된 이러한 민영화와 구조조정은 다음 내각인 1차 아베 신조 내각에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런 식의 신자유주의적 재정 정책 노선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물론 이 정책을 행함에 있어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민당 내에서의 반발도 있었고, 우정(우체국) 민영화에 반발하여 국회해산 및 일부 의원의 탈당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재정 정책을 시행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극장 정치를 기반으로 한 고이즈미 준이치로에 대한 대중의 호의적인 시선,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러한 긴축 재정 정책으로 인해 일본 경제가 단기적으로 부흥했다는 것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여기까지 보면 고이즈미 준이치로를 필두로 진행된 긴축 재정이 훌륭한 효과를 만들어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긴축 재정은 단기적 효과에만 머물렀고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긴축 재정을 시행한 이유이자 긴축 재정의 명분으로 활용한 '잃어버린 10년의 종식'은

현재 '잃어버린 30년'이 되어 아직도 일본 경제를 침체시키고 있다.

그렇다. 효과는 분명했지만 지속적이지 못했고, 결국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메시지는 포퓰리즘에 불과하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관련 논란도 있기는 한데, 이는 생략한다)

 

게다가 고이즈미의 뒤를 이은 총리들을 보면,

아베 신조를 제외하면 정책을 이어갈 능력이 아쉬운 인물(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이었고,

그 아베 신조는 건강 문제로 길게 총리에 재직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2010년의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요약하면, 고이즈미 부자 모두 단기적 효과에 집중하고 지속가능성이 의심될 수 밖에 없는 정책을 취했다.

물론 고이즈미 신지로는 이제 막 장관이 되었고, 두 케이스 모두 일단 단기적 효과가 나와야하는 이슈임은 분명하지만

아버지 준이치로는 지속가능성을 배제한듯한 정책을 보여줬다면, 아들 신지로는 과연 이번 쌀 소동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이는 이후 총리가 될 펀쿨섹좌의 행적을 예상할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