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던 정치인의 세습은 쉽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존 애덤스와 존 퀸시 애덤스, 부시 부자, 정치 가문으로 유명한 케네디 가문,
중국의 경우 부친의 공산당 직위를 계승한 시진핑 등의 태자방 인사들,
한국의 경우 박근혜, 장제원, 남경필, 김대중의 세 아들 등등이 있겠다.
일본의 경우, 정치 세습의 역사는 길면서 상당히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다.
오쿠보 도시미치에서 시작되어 요시다 시게루, 사토 에이사쿠, 기시 노부스케를 거쳐,
스즈키 젠코, 아소 다로, 아베 신조까지 이어지는 유명한 정치 혈연 관계는 물론이요.
현역 정치인 중에서도 기시다 후미오, 하타 지로, 하야시 요시마사, 고이즈미 신지로, 이시바 시게루, 고노 다로 등
전직 총리, 전직 장관의 아들들이 중의원과 참의원에 대거 포진해 있다.
이러한 면모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세가지 포인트가 떠올랐다.
우선, 가문이 정치권에서 활약을 계속한다면, 그 가문과 유착관계가 지속된 기업 혹은 집단과의 정경유착 가능성은 없는가?
이 부분은 실재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이즈미 신지로의 외증조부인 고이즈미 마타지로는 야쿠자 요코스카카이의 설립자이고,
고이즈미 준야, 고이즈미 준이치로, 고이즈미 신지로 3대가 야쿠자와 유착되어있다는 혐의가 있다.
그 외에도 아소 그룹과 아소 다로의 유착관계, 후쿠다 다케오, 아베 신타로와 통일교의 유착관계가 아들들에게도 지속되는 등
일본에서 대를 잇는 정경유착 문제는 뚜렷하게 존재하며, 이것은 정치 세습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음으로, 가문이 정치권에서 활동을 지속한다면 뉴페이스의 등장은 어려운 것 아닌가?
이에 대한 좋은 예시가 요시다 하루미라고 생각한다.
극우 혐한으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이미 아들들을 정계에 진출시켰고,
장남 노부테루와 삼남 히로타카가 중의원 의원으로 당선된 바가 있다.
그런 이시하라 노부테루를 꺾고 49회 중원선에서 당선된 인물이 바로 입헌민주당의 요시다 하루미인 것이다.
그 외에도 다나카 가쿠에이의 지역구로 유명한 니가타에서 다나카 마키코는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것 등등
뉴페이스가 세습 정치인을 꺾은 케이스는 흔하지는 않더라도 잊을만 하면 보이곤 한다.
굳이 맞대결이 아니더라도, 고이제 유키로나 다카이치 사나에처럼 자수성가하여 정계의 거물로 성장한 케이스도 없지는 않다.
요약하자면, 정치 세습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계에서 자수성가 뉴페이스의 등장은 불가능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가문에서 정치인이 계속 배출된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는 반증이 아닌가?
오렌지족이 그랬듯, 정재계의 2세, 3세들은 자주 사건사고를 일으켰다.
뒤에 빽이 있기에, 이것만 믿고 만행을 저지르는게 어느 시대에서든, 어느 나라에서든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일본도 없지는 않겠다. 조금 다른 예시기는 하지만 후미히토 황사의 과거 스캔들이라던가,
진학 혹은 유학과정에서 뒷배를 이용한 특혜를 받은 케이스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속적으로 정치인이 배출되고, 그 중 일부는 당 내의, 혹은 내각의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는 걸 생각하면
자녀 교육이라는 면에 있어서 일본 특유의 보수성이 정계에 좋은 효과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과 구체적인 설명이 부가되어야 하겠지만, 내가 저 사람들과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니 뭐 할말이 없다.
하지만 남경필, 이재명, 장제원 등 유력 정치인의 2세들이 여러 사건사고를 일으킨 한국의 케이스와 비교해봤을 때,
일본 정치인들은 자녀들을 훨씬 엄하고 올곧게 교육한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돈을 뿌려서 한국보다 확실하게 2세들의 문제들을 잘 감추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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