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꽤나 싫어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920원, 930원대에 차곡차곡 모아왔던 엔화가 890원대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시다노믹스에 대해 나름 찾아보며 기시다노믹스는 실패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판단했고,
이를 시작으로 난 그냥 말린 오징어처럼 기시다를 씹곤 한다.
정치인을 까는 거야 남들 다 하는 것이고, 나 역시도 몇몇 특정 정치인에 대해서는 감정을 담아서 까곤 하지만
기시다를 깜으로써 얻는? 몇가지 이득이 있다.
우선 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
'단순히 돈을 잃었다' 얼마나 깔끔하고 합리적인가.
그러니 기시다를 깐다고 해서 좌빨이니 수구니 들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정치 이야기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나만큼 기시다에 관심 가지는 사람이 없다.
한일관계가 아베시절만큼 험악하지도 않으니 뉴스에 기시다가 잘 나오지는 않는다.
반면 정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오는 한국의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건 어차피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난 그거 들어주면 된다. 그게 더 재밌다.
마지막으로, 기시다 후미오를 시작으로 현대 일본의 정치사, 특히 자민당에 대해 공부할 계기가 되었다.
그러니 점점 일본인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나만큼 일본 정치에 대해 아는 사람이 내 주변에는 없다.
다만 입헌민주당은 잘 모른다.
입헌민주당의 간판으로 내각을 연 적도 없고, 내각 출신이라해도 그 숫자가 적으니
자민당에 비해 나에겐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8월 14일 기시다 후미오 내각총리대신이 차기 당 총재 선거에 대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예상되었던 바이기는 하지만 그간 공식적인 발표도 없었고
무엇보다 '설마 진짜 나오나?'하는 걱정스러운 변수도 없지는 않았다.
현재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2차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처참하다.
내각 지지율이 20몇퍼고,
최근 교도통신의 뉴스에 의하면 내각 교체가 신뢰회복의 계기가 될 수 없다는 여론이 78%라고 한다.
원인은 바로 정치자금파티 수익 불기재 논란(이하 뒷돈 논란)이다.
주요 파벌(세이와 정치연구회, 굉지회 등등)이 공중분해되었고,
몇몇 정치인들이 징계로 당원권이 중지되거나 이당 조치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니카이 도시히로와 기시다 후미오는 징계를 받지 않았고
이로 인해 여론은 물론, 당 내에서도 기시다 후미오에 대한 불만이 흘러나오던 상황이었다.
아무튼 일련의 과정으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시대는 종말을 예고한 상황이다.
11명의 후보가 차기 당 총재가 되기 위해 출마를 선언했고
현재 20인의 추천인을 확보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단 그렇게 당선된 자유민주당의 신임 당 총재는
기시다 후미오를 대신할 103번째 총리가 될 예정이다.
누가 될지 예상하기엔,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으니 조금 관망하도록 하고
누가 되었건 변하지 않을 미래를 예상해 보자.
우선 차기 총선이다.
일본은 신헌법 체제에서 단 한번을 제외하고 정기대로 중의원 총선거를 진행한 적이 없다.
이유야 각양각색인데, 전반적인 맥락은 이번과 비슷하다.
여러 이유로 내각이 바뀌었고, 야당은 여러 이유로 내각에 중의원해산을 제안할 것이다.
(내각해산권을 발동하기엔 자민당의 의석 수가 너무 많다)
그렇게 되면 원래 2024년 6월로 예정된 중의원 총선거는 조기에 치뤄질 것이고
아마 그 시기는 빠르면 올해 12월, 늦어도 내년 3월 안에는 치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이러한 야당의 제의를 내각이 거절하거나, 수락하더라도 그 수락을 차일피일 미룬다면,
자민당의 입장에서는 차기 총선을 준비할 시간이 그만큼 길어진다고 봐야한다.
이것이 자민당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할지, 불리하게 작용할 악수가 될지는 현 시점에서는 알 수가 없다.
최근의 여론조사(8월 5일자)에서 자민당의 지지율은 29.9%, 공명당은 3.3%를 기록 중이다.
상당히 낮아보이지만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지지율은 5.2%에 불과하다.
그렇다. 지지정당이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45.7%다.
따라서 무당파 45%를 만족시킬 비전과 리더쉽을 자민당의 새로운 당 총재가 보여주냐 아니냐에 따라
일본 104대 총리의 이름이 정해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리더쉽과 비전은 중의원 총선거에도 영향을 끼치겠지만,
자민당 내의 파벌 논리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최근 자민당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의 이름은 '세대교체'이다.
지공회와 헤이세이 연구회를 제외하면 역사가 깊은 자민당의 주요 파벌들이 해체를 선언했고,
그 결과 흔들리고 있는 지금의 자민당에서 중심을 잡아줄 인물은 아무도 없다.
삼각대복중에서 뉴리더로, 뉴리더에서 오자와와 오부치로, 오자와와 오부치에서 YKK로,
YKK에서 아소 다로, 아베 신조 등으로 이어졌던 자민당의 중심축이 지금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따라서 자민당 내에서는 기존 세대를 대체할 새로운 세대의 대표자가 차기 당 총재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역량이 되냐가 문제겠지만,
지금 자민당에 필요한 건 '제2의 다나카 가쿠에이' 혹은 '제2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즉 새로운 자민당 총재가 중심이 되어 세대교체와 이미지 쇄신을 동시에 이룩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성패가 향후 일본의 정치적 국면과 차기 중의원 총선의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새로운 논점을 두가지 제시할 수 있겠다.
하나는 '그래서 누가 당 총재에 적합한가'
다른 하나는 '여당은 자민당의 새로운 리더와 상관 없이 자민당을 꺾을 여력이 되는가'
이건 글이 길어지니 나중에 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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