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평소보다 글이 잘 써지지 않던 날이었다.
가볍게 개요나 짜보자 하고 챗GPT를 열었고, 결과는 예상보다 괜찮았다.
내가 머리로만 맴돌던 흐름을 정리해주는 문장이 제법 자연스러웠고, 그걸 토대로 내 글을 이어가는 건 생각보다 수월했다.
‘AI는 쓸모 있다.’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다.
특히 문과라면 더 그렇다.
사실 인문학 기반 글쓰기라는 건 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개념 정리, 문장 구성, 맥락 연결, 근거 확보…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해야 한다는 건 꽤 피로한 일인데, AI는 이걸 ‘도와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예를 들어 내가 다루는 일본사 글에서, 특정 인물의 행적을 빠르게 훑어보고 싶을 때
챗GPT를 통해 요점을 정리하고 그걸 토대로 사료를 대조하면, 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물론 AI가 주는 정보가 완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부정확하고, 논리적으로 엉성한 부분도 있지만,
‘생각을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로는 꽤 유용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렇다고 AI가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AI의 정리된 문장을 읽고 나면 ‘이걸 내가 그냥 그대로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불안이 따라붙는다.
왜냐하면, 그 문장은 어디까지나 ‘정리된 누군가의 생각’이지, ‘내가 이해한 결과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인문학의 역할이 다시 떠오른다.
AI가 구조를 만들고 자료를 정리한다면, 인문학은 그 구조를 끊고, 정리된 문장 사이에서 새로운 물음을 붙잡는다.
나는 이것이 인문학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완성된 틀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틀 사이에 있는 맥락, 의도, 감정, 흐름을 붙들고 질문을 던지는 일.
그래서 나는 AI와 인문학을 서로 충돌하는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실행’과 ‘사유’의 역할을 나눌 수 있다고 본다.
AI가 실행과 정리에 강하다면, 인문학은 그 결과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유도하는 분야다.
실제로 내가 글을 쓸 때는, AI의 초안을 참고하되
그것이 갖고 있는 논리의 틈이나, 내가 보고 싶은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글을 짜나가게 된다.
그게 반복되다 보면
결국 최종 글은 내가 쓴 것이 되고, 그 시작점에 AI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잊히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AI는 유용하고, 인문학은 여전히 필요하다.
인문학이 AI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AI가 아무리 정리를 잘해도, 그 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지 판단하는 건 결국 인간의 영역이고,
그 인간의 판단에는 여전히 인문학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나는 AI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내가 이 생각을 왜 했는가’를 되묻는 사유의 습관을 더 자주 가지려고 한다.
그게 내가 인문학을 계속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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