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회 중원선 이후 일본 정치를 달군 최대의 주제는
'103만엔의 벽(103万円の壁)'이다.
일단 전반적인 개념부터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근로소득자의 연 비과세 범위는 103만엔(현재 환율 기준 한화 약 928만원)이다.
이를 월 수입으로 계산하면 85,833엔(한화 약 77,3767원)이며,
이 기준은 정규직 근로자뿐만 아닌, 비정규직,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전부 포함하는 것이다.
즉, 어떤 이유에서든 연 수입이 103만엔에서 단 1엔이라도 넘기면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며,
이는 일본의 현행 소득세 부과의 기준이다.
조금 다르게 계산해보자.
일본은 도도부현마다 다르지만 최저시급이 950엔에서 1100엔정도 한다.
일본의 법정노동은 40시간이며, 연평균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30시간이 나오는데,
소득이 급히 필요한 사람의 기준으로 가정하여 40시간으로 계산하겠다.
최저시급인 1000엔을 받는다고 쳤을 때, 주간 수입은 40,000엔,
1년 52주 내내 일한다고 치면 2,080,000엔(18,752,656원)이 나온다.
즉, 최저시급만으로 소득세 부과 기준 103만엔을 아득히 뛰어넘으며, 결국 10%의 소득세를 납부해야만 하게 된다.
이로 인해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로 가사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사흘 이상 일하지 않는다고 한다.
딱 103만엔 이하로 받고 마는 것이다.
이게 나쁘다 좋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어떻다고 평가하듯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사정이 다른데 이걸 특정 기준과 논리를 이유로 증명하듯 평가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현재 일본은 수입의 정체된 국가, 신자유주의식 경제순환책이 실패한 나라라는 것이다.
물가는 오르고 환율은 미쳤다. 그런데 임금은 그대로이다. 돈이 없는데 시장에 돈이 돌 수가 없다.
그러니 일단 실수령액을 늘리자. 소득세의 기준을 완화해서 저소득층의 생활을 부양하자.
이것이 바로 '103만엔의 벽'이 주요 의제로 부상하게 된 이유이다.
그리고 이 주제를 누구보다 강력히 주장한 정당이 있으니
50회 중원선의 진정한 승자이자, 캐스팅보트로 발언권이 강해진 보수정당,
그리고 이전부터 정당의 핵심 의제로 소득 증대를 주창한 정당,
바로 국민민주당이다.
소득 증대를 강조한 정당답게 포스터에 적힌 문구부터 '실수령액을 늘리자'는 내용이다.
이전부터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일본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가장 큰 지표로 1인당 GDP를 꼽았고
물가는 오를 수 밖에 없는데 수입은 그대로인 이 상황을 타파해야만 한다고 항상 강조했다.
경제정책 완전 전환. 수입 증대를 기반으로 한 국가경제의 정체 상황 타파.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번째 구체적 방안으로 국민민주당은 '103만엔의 벽'을 타파하여
소득세 기준을 103만엔에서 178만엔(16,037,800원)으로 올려야 함을 제시했다.
선술했듯 국민민주당은 21석이 증가한 28석을 획득했고,
자민-공명과 입민 간의 의석 수가 적은 것에 수혜를 받아 캐스팅보트로 활약했다.
비록 결과는 정당연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향후 정국을 대비해 자민, 입민 양당은 국민민주당에게 협조해야했고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모두 103만엔의 벽 타파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문제는 소득세 기준을 상향시킬 경우 발생하는 75만엔 구간의 소득세 감소에 대한 것이다.
미야기현 현지사 무라이 요시히로는 이례적으로 103만엔의 벽 타파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103만엔의 벽이 178만엔으로 상향되면 현세수 810만엔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무라이 현지사는 '103만엔의 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국민의 생활부담이 줄어드는 것에는 찬성하나,
세수 감소로 지방에서는 주민에게 제공할 서비스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방 활성화 역시도 소득 증대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경제적 주요 안건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무리아 현지사의 주장과 논리에 대해 쉽사리 반박하기는 힘들다.
애초에 굳이 지방까지 가지 않더라도 소득세 기준 변경을 임시적으로 확정한다면
이에 따라 일본의 세수 하락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되며, 이는 곧 예산안 구축에 있어 여러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각 정당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이 다른데 소득세 기준을 75만엔이나 올린 까닭에
세수 부족을 이유로 정책 추진 및 예산 편성을 구도 이견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유민주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2차 이시바 내각이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할 난관이 바로 이 예산안 타결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득세 부과 기준을 상향시키는 것에 대한 자민당 및 입헌민주당의 동의
여소야대 정국과 향후 정국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캐스팅보트 국민민주당의 존재감
여야가 서로 갈등을 보일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은 예산안 획정
그리고 이 모든 갈등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키워드 '103만엔의 벽'
불확실한 일본의 정국을 지켜볼 굉장히 좋은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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