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의원내각제 그리고 다당제로 정치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원내정당은 10개이며, 그 중 자유민주당(참116/중258)과 공명당(참27/중32)이 연합해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연합했다고 뭐 대단한 건 아니고, 2차 기시다 내각의 2차 개조 내각에서 국토교통대신 한명만 공명당 소속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을 제외한 8개 정당은 다음과 같다.
입헌민주당(중도 좌익) 참의원 38석/중의원 98석
일본유신회(오사카 지역정당, 우익) 참의원 20석/중의원 41석
일본공산당(좌익) 참의원 11석/ 중의원 10석
국민민주당(중도 우익) 참의원 9석/중의원 7석
레이와 신센구미(좌익) 참의원 5석/중의원 3석
교육무상화를 실현하는 모임(중도 우익) 참의원 1석/중의원 4석
사회민주당 (좌익) 참의원 2석/중의원 1석
참정당 (극우) 참의원 1석/중의원 0석
다음 중의원 총선과 참의원 통상선에서 몇몇 정당은 탈락하거나 추가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이렇다.
보다시피 제1야당은 입헌민주당이다.
과거 자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취해냈던 민주당의 후신격인 정당으로,
제1야당 치고는 의석 수가 참 초라하다. 중의원 464명 중 4분의 1도 차지 못했는데 제1야당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른다.
현재 자민당과 내각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권교체의 여론으로 만들어내면 역전이 가시권이라고 표현해도 급하지 않다.
문제는 입헌민주당의 지지율도 5%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직격타가 된 것이 이번 도쿄도지사선거였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고이케 유리코 현 도쿄도지사(무소속. 자민당, 공명당, 국민민주당 지지.)의 당선은 확실했다.
그렇기에 사이토 렌호(무소속. 입헌민주당, 일본공산당, 사회민주당 지지)의 득표율이 관건이었다.
패배가 확실한 싸움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를 이끌어낸다면
야당 입장에서 이는 차기 총선에서의 호각세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처참했다.
사이토 렌호 후보는 18.81%의 득표와 함께 3위로 낙선했다.
고이케 도쿄도지사의 득표율이 42.76%에 불과했던 건 여당의 입장에서 호재가 분명했지만
사이토 렌호의 득표율이 이시마루 신지(무소속) 후보보다 못한 3위라는 것은 곧
입헌민주당과 그 외 야당의 입지와 여론도 자민당과 비슷하거나 못하다고 볼 여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인들은 자민당뿐 아니라,
현재 일본의 정당정치 전반에 대해 호의적이지 못하다고 해석하는 편이 맞아보이지만
이건 제3자의 입장이고, 일본의 여당들은 이 상황을 타계할 해석이 필요했다.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현 대표는 당 대표선거를 앞두고
제야당의 연합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이미 이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입헌민주당과 이즈미 대표는 입헌민주당을 위한 키워드로 反자민당/非자민당을 내세우고 있었고
(이는 55년 체제의 사회민주당과 신당들도 그러하였다)
非자민-非공명 연합을 만들어 자민당에 대적한다는 상당히 전통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저 정당들의 스펙트럼이다.
55년 체제를 무너트린 非자민-非공산 7당 연합이 그랬듯, 스펙트럼이 넓어지면 의견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미 입헌민주당 이즈미 대표는 사회민주당과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예전부터 주기적으로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의 대표와 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문제는 일본공산당이다. 입헌민주당은 선술한 도쿄도지사선거에서도 그랬듯 공산당과 협력중이지만
이 협력에 대해서 당내에서도 여론이 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입헌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전 민진당 대표는,
'자신과 자신의 파벌인 일청회는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이즈미 대표의 라이벌 후보를 지지하겠다'라고
선언한 바가 있는데, 그 이유도 일본공산당과의 연계 반대에 있다.
공산당의 존재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정치에 있어 가장 뚜렷한 차이점이겠다.
어쩌면 신기하고, 어쩌면 부럽다고 할 수 있는 정통 공산주의 정당의 존재는
다르게 말하면 비교적 온건한 좌우익 정당의 입장에서는 탐탁치 않을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적군파니 전공투니 하는 친구들과 일본공산당은 1950년대에 손절했으니
동일하게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공산당은 다른 정당들과 여러 차이를 가지고 있다.
다른 공산당들처럼 상향식구조라서 중의원 선거나 참의원 통상선거보다는 기초단체의원에서 강세를 보이고
스펙트럼도 다른 좌익정당이나 좌익정치인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극좌 혹은 정통 공산주의에 가깝다.
참고로 일본에서 극좌를 담당하는 정당은 원외에 따로 있다.
이러한 면들은 일본공산당이 다른 정당과 제휴하는 것을 방해했다.
사회민주당이 일본사회당이던 시절에도 두 좌익 정당은 이념차이로 주구장창 싸워댔고
두 정당이 모두 온건해진 현 시점에도 사민당과 공산당의 이념차이는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정당이,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당 내에 좌익, 우익, 중도가 공존하는 입헌민주당과 연합을 한다?
이건 일이 터질 수 밖에 없겠다.
즉, 입헌민주당이 구상하는 야당연합의 성패는 어쩌면 두가지 논점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하나는 일본공산당이 야당연합에 포함되면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과 같은 보수 정당의 반감은 당연할텐데,
이를 입헌민주당이 중심에서 잘 조율할 수 있을 것인가.
다른 하나는 뚜렷한 이념적 정체성과 색채를 가진 일본공산당이
비교적 온건한 자세를 취해 타 정당과 공존 및 협동을 모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찌 될지는 지금은 모른다. 일단 총선 정국이 되어야 틀이라도 잡히겠다.
애초에 이런 식으로 정당연합에 의존한다는 것은
야당 각각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여력이 부족함을 의미하기도 하겠다.
그 반증이 도쿄도지사선거 렌호 후보의 득표율이겠다.
여당인 자민당이 약점과 문제점을 이렇게나 드러냈음에도 제1야당이 자력으로 정권탈취하기 힘든게
일본 정치의 실정을 잘 보여주는 아쉬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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