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지루하며 진지하게 쓸 예정이다.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경 대통령 윤석열이 헌재 재판관 만장일치로 파면되었다.
나는 이러한 헌재의 판단 및 그 결정의 근거가 논리적이고 합당하다고 보았으며
무엇보다 윤석열의 파면이라는 결과에 대해 환영하는 바이다.
2024년 12월 3일,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다가 밤에 잠시 피씨방을 갔다.
롤을 하다 담배를 피며 폰을 보는데,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한개의 톡방에서만 그렇다면 이 친구들이 또 정치병이 도졌구나 싶을텐데, 모든 단톡방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단다.
비상계엄령 선포문은 내가 들었던 정치인의 발언 중 가장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단어로 가득했다.
정말이지. 내가 봤던 그 어떠한 정치인보다도 수준 떨어지는 행위가 이루어진 것이다.
헌법 77조 1항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전시도, 사회 혼란도 없는데, 겨우 국회와의 예산안 갈등과 국회가 제기한 탄핵소추안을 준전시상황으로 규정한 것이다.
평시 상황의 비상계엄, 그래서 나는 이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라고 부른다.
만약 이 쿠데타가 혼란한 사회 속에서, 윤석열 중심의 군부가 형성된 상태에서, 좌우 갈등이 내전 직전 수준으로 발전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면 이해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무엇도 없었다. 그저 눈이 내리던 평시였다.
당시 이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본 나는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봤다.
민주당이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구체화하거나 준비 중에 있냐?
이거라도 없으면 해석할 여지가 조금도 없는 그냥 바보짓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보짓을 한 게 한국 대통령이라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다.
그렇기에 나는 이 비상계엄과 친위 쿠데타를 이유로 윤석열은 무조건 탄핵해야 한다고 느꼈다.
탄핵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일종의 반역이고, 이미 우리나라는 한 차례 탄핵을 겪어 적어도 50년간은 탄핵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그 생각마저 뒤엎게 할 비이성적인 사태였다.
그리고 그런 지도자가 잔류하는 것이 탄핵이 반복되는 것보다 국격에 손해임은 분명했다.
헌법 77조 5항에 근거하여 결국 비상계엄령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의 찬성으로 해제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정국은 탄핵 정국으로 향했다.
이 이후 비상계엄령 선포를 정당화하기 위해 제시된 근거들은 정말이지 환장할 것들이었다.
중국이 선관위를 매수했다. 부정선거다.
이를 알리기 위한 호소형 계엄, 경고성 계엄이다.
심지어는 비상계엄령으로 피해입은 수많은 사람을 무시하고 이 쿠데타를 계몽령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참고로 저 때 환율 박살 난 거 아직도 회복이 다 안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탄핵이 이루어지는 111일 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그 지지자에 대해 큰 실망을 금치 못했다.
뭐만하면 반중이고, 뭐만하면 반공이라는데 사실 이거 전부 남탓아닌가?
2022년 5월 당선된 이래 지금까지 대통령으로 무얼했는가?
어떠한 성과도, 정치적 역량도 보여주지 못했으면서 왜 선거 패배를 중국탓을 하는가?
나도 중국을 싫어한다. 중국이 행하는 정치-사회-문화적 만행들에 대해 거센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태에 있어 정말로 중국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는가?
그냥 무능과 독선이 반복된 결과이고 이걸 뒤집겠다고 현 체제에서는 성공할리 없는 친위 쿠데타를 한 것이 아닌가?
2025년 2월 25일 탄핵 심판 최종 변론이 완료되었다.
친위 쿠데타의 여파로 일종의 적극론을 기반으로 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으로 한국은 나뉘었고,
이러한 정국에서 대통령의 탄핵은 쉽게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탄핵이 탄핵 소추에서 선고까지 91일이 걸렸고, 이와 비교해 100일 정도 걸릴 것이라 생각했기에
3월 24일 이전, 즉 3월 17일에서 21일 사이에 선고가 나올 것이라고 나는 예상했다.
여기에 더해 출처있는 썰에 의거해 만장일치는 안나오지만 탄핵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두가지 모두 틀렸다. 쩝
선고 기일은 4월 1일에 되서야 공지되었고, 4월 4일 결국 윤석열은 헌재 재판관 만장일치로 파면되었다.
윤석열 정부 약 3년 동안 한국의 보수주의는 파괴되었고, 한국 양당제의 한 기둥이었던 국민의 힘은 모든 원동력을 잃었다.
비논리적이어도 목소리만 크면 똑똑하고 참된 보수주의자가 되었고,
이성적인 논리와 접근은 곧 가짜 보수, 혹은 빨갱이가 되었다.
문재인 5년, 혹은 그 이전부터 발생해온 문제점은 방치되었고, 근거없는 반공만이 메아리치는 것이 보수주의자의 정론이 되었다.
이제 한국의 보수주의는 일종의 변혁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이대로면 한국에서 보수주의는 그냥 무지하고 목소리만 큰 것으로 변질될 것이고(지금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정말로 얼마전 언급된 것처럼 더불어민주당에 보수 TO를 빼앗길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멍청하게 부르짖었던 입법독재, 민주당독재가 실현될 것이며, 정말로 그들이 혐오해왔던 '빨갱이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윤석열과 그 지지자들의 멍청한 행동 하나하나가
그들이 혐오한 세력에게 대한민국을 팔았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이기에, 현주소이기에, 그리고 모순이기에,
에르도안과 조르주 멜라니가 국가원수인 나라를 여행하며 우리는 이딴 나라보다 멍청한 국가원수를 보유했다고
이 현실에 스스로를 조소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 ㅈ같았고 다시는 보지 말자. 감옥에서 잘 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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