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지루하며 진지하게 쓸 예정이다.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경 대통령 윤석열이 헌재 재판관 만장일치로 파면되었다.
나는 이러한 헌재의 판단 및 그 결정의 근거가 논리적이고 합당하다고 보았으며
무엇보다 윤석열의 파면이라는 결과에 대해 환영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윤석열에 대해 정말 크게 실망한 건 딱 두 번 있었다.
첫번째는 홍범도 관련 논란이었다.
신원식 당시 국방부장관의 제의로 육군사관학교의 광복군 및 독립군 흉상의 철거가 논의되기 시작했고
결국 김좌진, 박승환, 이회영, 이범석, 지청천, 홍범도, 안중근 흉상에 대한 철거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국군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문제점을 들 수야 있지만,
특히나 부각된 것은 홍범도의 행적에 대한 논란이었다.
홍범도는 자유시 이동 이후 소련에서 거주했고, 심지어는 소련공산당에 입당하기도 한 인물이다.
실제로 그의 후손과 무덤은 카자흐스탄에 있고, 사후 한국국적을 추증하고 유해를 한국으로 옮겨왔지 사실상 소련인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홍범도는 빨갱이인가?
홍범도와 김좌진은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으로 다른 독립군 및 광복군 지도자보다 유명한 감이 있기에
독립군과 광복군 인사 중 가장 빠르고 적극적으로 학계에서 연구되고 분석된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이 둘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거의 끝난 상태였다.
정말로 홍범도가 빨갱이라면 지금보다도 반공이 강했을 시대에 지워졌어야 할 인물이고
그의 공적은 모두 김좌진에게 흡수되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그가 정말로 빨갱이라고 한다면,
그의 독립군 행적에 (김일성이나 박헌영의 독립운동 행적처럼) 폄하되어야 할 이유가 포함되어있는가?
홍범도 지우기에 대한 근거로 육사총동창회와 윤석열 지지자들은 자유시 참변과 소련공산당 당적을 제시했다.
그런데 자유시 참변에 홍범도는 관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중재하고 막으려 했으며,
자유시 참변 이후 소련공산당에서 활동한 것은 소련의 조선인의 지도자로서 동포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애초에 기존 학술 연구로 결론지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김일성, 박헌영, 김원봉이 그랬듯 한국전쟁에 관여하거나 정치적으로 소련을 부추기는 등의 정황은 홍범도에게서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런 건 학계의 정설이기에 이를 반박할 충분한 근거와 논리가 뒷받침된다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소위 윤석열 지지자들은 반공만을 강조하며 기존 연구에서 반박된 논제만을 제시했고,
이에 대한 거부나 반박은 곧 '빨갱이'로 치부하며 비논리적인 행동만을 이어갔다.
결국 독립군과 광복군의 흉상은 철거 후 이전되었다.
반공 만을 강조하며 국가의 발전과 유지에 기여한 인물을 무시하고 폄하했으며,
이 나라의 기원과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 과연 보수인가?
두번째는 해병대 1사단 사고 후의 처리 과정이었다.
이는 물론 안타까운 사고였지만, 동시에 사단장의 아집으로 발생한 인재(人災)이기도 했다.
그 사단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대통령실이 개입하기 시작했고
점차 사망한 병사에 대한 것이 아닌, 사단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게 한 수사단장에게 화살이 꽂혔다.
적합한 매뉴얼 내에서 사후 처리를 논하는 것을 거부하고, 이로 인해 한 병사가 허망히 희생된 사건에 다른 국면을 부가시켰다.
군인은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나라를 위해 국방 자체가 법적 의무로 지정되어있는데
이에 대한 보상이나 국가의 책임은 무시하고 대통령실은 사단장 구원에 모든 여력을 다했다.
그리고 사단장의 책임을 제시한 수사단장에 대해 '집단항명 수괴'라는 죄까지 붙혀 오히려 보복을 가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보수주의는 그간 한국의 군 인권 의식 부재와 군대 환경 및 시설 문제를 꼬집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해 온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원동력으로 국방력을 제시함과 동시에
현재 국방의 의무와 병역 제도에 있어서의 불평등성과 형평성 부족을 꼬집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해병대 1사단 사고를 계기로 이러한 보수주의적 원칙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오히려 수사단장을 '집단항명의 수괴'로 심지어는 '빨갱이'로 규정하며 불이익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 나라의 현재와 과거를 지켜온 원칙과 원동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비논리적 행동을 가하는 것,
그리고 여기에 결여된 논리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빨갱이'라는 억지를 반복하는 것.
이것이 과연 보수인가?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진보. 보수.어쩌면 이 대립에 있어 한국만큼 첨예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그리고 진보는 곧 좌파요, 보수는 곧 우파라는 딱딱한 사상적 구분에 근거하여 진영을 나누는 것도 우리나라가 최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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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한민국의 보수주의는, 아니 진보주의고 보수주의고 모든 정치사상은, 급하고 빠르게 발전해 정착한 감이 크다.
그렇기에 원칙과 논리에 있어 부족하고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그리고 이 점이 윤석열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준 포인트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도자가, 국가원수가 이념이나 사상을 논할 때에는 정책적인 면에서 그 이념이 발휘될 때 뿐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자신의 사상적 기반이 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반공을 기반으로 한 '윤석열식 보수주의'를 강조했고,
이를 위해 수많은 억지를 부렸다.
윤석열의 지지자들은 이에 대한 거부를 '민주당 지지자'나 '빨갱이'로 비난했고,
이런 식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비난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나 선거에서 선전하려면 능력이 좋아야했다.
정책이건, 외교건 뭐가 되었던 간에 능력을 보여주면 그만이다.
현실은 별의 별 검열만 늘리며 왠만한 정책도 보여주지 않았다. 일본과의 외교를 제외하면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한 게 없다.
유권자의 시각에서는 결국 아무것도 안하면서 빨갱이 타령만 하는 '무능한 꼰대'에 불과한 정부로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2024년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 힘은 대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75석, 조국혁신당이 12석, 집권여당으로서 부끄러운 성적표가 용산으로 향했다.
이 결과로 윤석열이 당선 2년 만에 그가 좋은 국가원수도, 좋은 당 내 리더도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고,
어쩌면 이제라도 일을 하면 달라질 수도 있었다.
김건희 여사 스캔들, 명태균 스캔들, 막말로 어차피 정치에 미친 사람 아니면 이런 이슈 그리 관심 없다.
이제라도 일을 하건, 뭐를 해야 했다.
그래서 윤석열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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