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 넘는 여행 기간 동안 가장 아쉬운 날을 뽑으라 한다면,
내 친구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3일차를 뽑고 싶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날도 어쩌면 이 3일차였던 것 같다.
비행도, 이스탄불도, 바티칸도 힘들었기에
그간의 피로로 인해 전반적으로 내 체력이 맛이 가 있었다.
우선 버스비로 8만원 낸 썰이 필요하겠다.
이탈리아의 버스에는 경찰이 상주하고 있다.
그 경찰들은 무임승차를 체크하는데, 나와 내 친구가 가지고 있던 교통카드에
사실 당일만 사용 가능한 요금이 충전되어 있던 걸 난 몰랐고
그렇게 경찰에 잡혀 56유로를 납부해야만 했다.
당시 환율 기준 8만원이 넘었다.
ㅅㅂ
첫 목적지는 원래는 바티칸 이후에 갔어야 할 판테온이었다.
마침 근처에 카이사르가 암살 당한 장소로 추정되는 폼페이우스 신전이 있어 그것도 한번 봤다.
판테온은 로마시대에 지어진 건물로 중세를 거치며 교회로 마개조되어 고대와 중세의 흔적을 모두 볼 수 있는 건물이다.
게다가 내부에는 라파엘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움베르토 1세 등
유명인사의 무덤이 있는데
이 중 이탈리아의 통일 군주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와 통일 이후의 첫 왕인 움베르토 1세의 무덤이 있어
근대사까지 느낄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위의 돔으로, 이 돔은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건축 이전까지 세계 최대의 돔이었으며
대체 로마시대에 이렇게 큰 돔을 어떻게 지은 건지는 지금도 미스테리이다.
이후 주요 돔 건축물에 영향을 주었으며, 바티칸 박물관에도 판테온을 모방한 건물이 존재한다.
로마의 중심부는 주요 관광지 간 거리가 도보로 30분 정도로 가까운 편이다.
(바티칸 제외)
그렇기에 다음 행선지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로마의 상징
트레비였다.
그런데...
보수 공사 중이었고, 분수가 흐르는 건 물론이요 동전도 못 던졌다.
분수에 사람들이 보수하는 게 보이는데 어떻게 동전을 던지겠는가...
물론 그럼에도 누군가는 던져서 분수 안에 동전이 남아있었지만, 일단 난 못던졌다.
너무 아쉬워 트레비 옆의 성당에 들어가 잠시 구경을 했다.
트레비 분수에서 나왔을 때가 겨우 11시였다.
밥 먹기는 애매하고 커피는 안 땡겨서 일단 스페인 광장이 있는 곳으로 걸었다.
스페인 광장은 정말 특별한 이유 없이, 스페인 대사관이 근처에 있어서 붙은 이름으로
실제로 그 근처에 가면 스페인 국기가 바로 보인다. 그곳이 바로 주 이탈리아 스페인 대사관이다.
스페인 광장과 핀초 언덕 가는 길에는 대사관이 꽤 보인다.
프랑스, 스위스, 영국 등등등
겸사겸사 궁금해서 한국과 일본 대사관도 찾아보았다.
한국 대사관은 도심 주요 관광지로부터 거리가 좀 있었고
일본 대사관은 한국 대사관에 비하면 위치는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비교적 구석진 위치에 있다.
참고로 일본 대사관을 찾아본 이유는
일본과 이탈리아가 2차대전 추축국이며, 추축국 결성 과정에서 주 이탈리아 일본대사의 활동이 주목되기 때문인데
그 일본대사가 바로 일본 보수의 아버지 요시다 시게루이다.
즉 어쩌면 저 곳이 추축국 결성을 위한 협상장 혹은 협상 준비에 쓰인 곳일 수 있으니 위치가 궁금해졌던 것이다.
아는 게 나오면 써 먹어야지.
스페인 광장 근처는 전부 명품거리이다.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답게 주요 명품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고, 그 명품관들 사이에 카페가 하나있다.
안티코 카페 그레코(Antico Caffe Greco)라는 곳으로, 1760년에 개업한 역사가 깊은 카페인데
여기 단골이 무려 괴테와 바이런이라고 한다.
이러니 당연히 가격은 보다시피다.
물론 분위기는 좋았다.
카페를 나와 오드리 햅번이 젤라또를 먹던 스페인 계단에 다다르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밥 먹으면 그치겠구나 싶었는데, 이는 겨울의 남유럽을 무시한 것이었다.
대충 해 지기 직전까지 비가 왔고, 우산을 챙기지 않은 나는 왠만해선 맞으려 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많이 왔다.
결국 스페인 계단을 오르지 않고 전철역을 통해 핀초 언덕이 있는 방향으로 갔다.
하지만 여전히 비는 안 그쳤고
결국 핀초 언덕에서 우비를 하나 샀다.
5유로인가 그랬으니....아오
여담으로 이 우비는 여행 내내 짐짝이 되었다가 결국 버렸다. 제대로 안말려서 판초 우의 냄새도 나고 죽는 줄 알았다.
일단 핀초 언덕에 간 이유는 일몰을 보기 위함이었다.
로마는 일몰로 유명하다. 그래서 일몰 뷰로 유명한 핀초 언덕에 간 것인데, 아직 시간이 두시간이 남은 게 문제였다.
그런데 비는 오고 핀초 언덕 근처에는 카페도 뭐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정답은 스페인 광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로마시는 전반적으로 평지에 위치해있다.
정확히 말하면 로마 건국의 핵심이 된 7개의 언덕과 바티카노 언덕(현 바티칸 시국)을 제외하면
평지이다.
그래도 핀초 언덕은 로마에서 나름 고지대이고, 그래서 로마의 전반적인 뷰가 잘 보인다.
위 사진에서 보이듯 바티칸이 특히 잘 보인다.
참고로 저 사진은 비 맞으며 찍은 사진이다.
카페에서 쉬면 좀 낫겠지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핀초 언덕을 가라면 갈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였다.
친구한테 언급을 했나 모르겠는데, 저날 카페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내 체력은 바닥이었다.
핀초 언덕에서 일몰을 보고 내려왔는데, 막상 내려오고 보니 웃기게도 포폴로 광장이 훨씬 이뻤다.
그러니 너무 핀초 언덕에 집착하지 말고, 스페인 광장과 포폴로 광장을 중심으로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아까 벌금내게 만든 그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테르미니 역으로 돌아갔다.
저녁은 호텔 근처에서 먹었고, 그대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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