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방문한 나라는 총 세나라.
여행지인 이탈리아, 비행기 환승 및 레이오버를 한 이스탄불,
그리고 바티칸 시국이다.
바티칸도 나라는 나라니까
아침을 먹고 바티칸과 가까운 오타비아노역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이었던 테르미니역에서 어떤 사람이 '픽파킷!'이러는 걸 들었고, 역시 여기가 이탈리아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소매치기의 삼대도시, 그렇기에 주요 관광지에 공권력이 투입되어야하는 건
자랑스러운 사실이 아님과 동시에 굉장히 고마운 조치이기도 했다.
참고로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지에는 무장한 군경이 배치되어있다.
오타비아노 역에 도착해 시간이 좀 남아 근처 카페에서 아침을 또 먹었다.
위 사진이 바로 그것이며, 이번 여행 첫 에스프레소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평가는 '양이 적어서 그렇지 못먹을 것은 아니었다' 정도.
위스키처럼 향을 음미하면 마실만 했다.
참고로 이 카페는 물이 같이 나왔다. 어떤 카페는 물이 서비스이고, 어떤 카페는 물을 사마셔야 하는데, 여기는 서비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오타비아노 역에서 도보 15분 정도면 바티칸 미술관 출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나는 투어를 했고, 투어 접선 장소는 근처 앞이여서 거기로 이동했다.
보다시피 우리에게 익숙한 바티칸의 열쇠모양 광장이 아닌 걸 알 수 있는데, 거기는 성 베드로 성당 앞이고,
거기서 시스티나 성당-바티칸 미술관 방면으로 입장하는 건 불가능한데, 바티칸 미술관에서는 성 베드로 성당 방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참고로, 바티칸은 무조건 투어가 맞다.
보통 깃발을 들고 있는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식의 가이드 투어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다르다.
고대 로마의 역사, 고대 기독교의 역사, 고대 그리스와 로마 미술, 중세 미술, 르네상스 예술 및 건축 양식 등등
이런 걸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가 되지 않는 이상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전세계인이 깃발을 따라다니고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미술품이나 유적을 보는 게 힘들 수 있는데,
그렇기에 미술품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운이 필요하고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 위해서는 일종의 무전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바티칸에 입장하면 짐검사 이후 무전기와 귀 한쪽만 달린 이어폰을 받아서 사용하게 된다.
투어를 앞두고 기왕이면 개인용 이어폰을 가져오라 했는데
나는 마침 터키항공에서 준 이어폰이 있어 그걸 사용했다. 참고로 귀 한쪽 달린 이어폰은 수거도 안하고 선물로 준다.
짬 때리는 거지 뭐.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으로 유명한 시스티나 성당의 경우 내부에서 사진 촬영은 물론 이야기도 못하게 한다.
그래서 외부 시설에서 시스티나 성당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바티칸 미술관 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우리 가이드님은 똑똑하신 분이라 그런지 앉아서 설명 들을 수 있는 곳을 선점해 거기서 시스티나 성당 설명을 들었다.
설명 듣는 곳은 역대 교황이 전세계로부터 선물 받은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 내부였는데,
그 박물관 입구에 위처럼 프란체스코 교황의 축구 수집품을 전시해놓고 있다.
참고로 프란체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인이며, 그렇기에 당연히 축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르헨티나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후 선물 받은 것도 전시되어 있었다.
하늘색에 흰색 선이 있는 유니폼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유니폼이고
10번은 리오넬 메시, 11번은 앙헬 디마리아이다.
비록 여기서는 설명 듣는 공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사실 교황이 선물 받은 전세계 곳곳의 유물과 예술품이 전시-소장되어 있는 이 박물관도
정말 볼 게 많았다.
아쉽게도 아시아관은 수리 중인지 닫혀있었고, 외부의 일본 사무라이 갑옷 정도만이 겨우 볼 수 있는 동아시아의 소장품이었다.
참고로 이 갑옷은 소 가문의 것이라는데, 소 가문이면 대마도주이고, 고니시와 연관이 있으니 가톨릭과의 관계도 유추할 수 있겠다.
선술했듯, 바티칸은 볼 게 많다.
테르미니 인근에서 발굴되어 교황청의 미술 자문이었던 미켈란젤로의 극찬을 받았던 라오콘 상과 토르소,
엄청 큰 그릇처럼 생긴 네로 황제의 욕조,
고대 그리스, 로마 그리고 중세의 주요 미술품과 조각들,
이집트에서 가져온 고대 이집트 유물들,
고대 로마 주요 인물의 조각상들, 양탄자와 지도, 그리고 수많은 벽화와 천장화까지
뭐 다 설명이 안된다. 그리고 다 화려하다. 임팩트가 굉장히 좋고 볼게 정말 많았다.
희년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보수 등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다행히 그 보수가 전부 끝난 시점에 바티칸에 갔기에
문제 없이 볼 수 있었다.
참고로 내부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평소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고 하며
무전기와 깃발 없이는 가이드를 찾기가 힘들었다.
바티칸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바티칸 미술관을 도는 데에만 대충 세시간이 넘게 걸렸다.
계속 서있어야 하고 걸어야 하니 다리에도 어느정도 부담이 따랐다.
그리고 아무리 화려하고 신기하다 해도 조각상과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작품을 계속 보다보면 그게 그거 같고 질리게 된다.
그런 타이밍에 우리를 신선하게 해줄
라파엘로 산초가 장식한 네개의 방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아테네 학당'이다.
바티칸 미술관에는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있는 주요 포인트가 있다.
바티칸 1호 전시물이기도 한 '라오콘 상'
미켈란젤로가 극찬했고 르네상스 이후 인체 묘사의 기준이 된 '토르소'
판테온을 따라한 천장 밑 이게 욕조인가 싶은 '네로 황제의 욕조'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모친과 여동생의 관으로 쓰려 제작된 '콘스탄티누스의 관'
지도의 방에서 가장 지리적 정보를 파악하기 좋은 '이탈리아 전도'
그리고 위의 '아테네 학당'이다.
아테네 학당처럼 교과서에나 나오는 그림을 실제로 보면 그 임팩트가 상당히 강하다.
이는 시스티나 성당에서도, 우피치의 비너스의 탄생에서도 그러하였다.
그리고 물론 그 중 원탑은 당연히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다.
시스티나 성당은 비록 떠들면 경비원이 꼽주고, 사진도 못찍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들어 천장의 천지창조를 보고 정면의 최후의 심판을 보면
여기에 내가 헛돈주고 온 건 아니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이것이 과연 인간의 창조물이 맞는가 하는 경외감이 들며, 미켈란젤로라는 인물의 끈기와 능력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된다.
단점이라면 목이 좀 많이 아프다.
바티칸을 투어로 해야하는 두번째 이유는 바로 성 베드로 성당에 있다.
개인 단위의 관광객은 시스티나 성당을 나간 후 돌아서 성 베드로 성당 입구로 이동해 줄을 서 입장해야 하는데,
단체 투어는 안 그래도 된다. 바로 가는 길이 있다.
그 덕에 비 안 맞고 성 베드로 성당으로 이동했다.
쿠폴라 전망대 티켓 줄 서는 길 옆으로 바티칸의 지하 무덤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역대 교황의 관과 함께 로마의 성인이자 그리스도의 첫 제자
베드로의 무덤이 존재했다.
잘 알려져있듯, 베드로는 최초의 교황으로 인정되며 성 베드로 성당은 베드로의 무덤 위에 지어졌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가면
신앙심이 없는 나조차도 신앙심이 생기는 웅장한 성 베드로 성당을 볼 수 있었다.
성 베드로 성당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성당이다.(첫번째는 코트디부아르의 독재자가 만든 가분수 성당이 있다)
참고로 이탈리아에서 제일 큰 성당은 밀라노 두오모라는데, 이번 여행에서 밀라노는 빠져있다.
그렇다보니 이런 웅장한 크기에서 나오는 압도감이 인상적이었으며,
새로 비유된 성령이 성당 정 중앙의 베드로 무덤을 지나 문 밖으로 나가는 묘사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문 가까이 가면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나온다.
미켈란젤로는 도대체
피에타에, 성 베드로 성당 쿠폴라에,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인 천지창조와 벽화인 최후의 심판까지,
그냥 제3의 교황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피에타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바티칸 투어가 끝이났다.
투어가 끝난 후 다시 성당 지하로 가는 길 앞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지하로 들어가는 길 옆에 쿠폴라 전망대 입장 티켓을 사는 매표소 줄이 서 있는데,
그 앞 벽에 김대건 신부의 석상이 서 있다.
그 덕에 전세계 사람들은 쿠폴라 입장을 기다리며 갓을 쓴 성인의 석상을 보고 있기에
진짜 기가 막힌 위치에 잘 세워졌다고 생각이 절로 들게 되었다. 두자로 줄이면 국뽕
이 석상 건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 유흥식 추기경님이 참 대단하고 감사하다 느낄 뿐이다.
쿠폴라 전망대로 올라가는 티켓을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계단만 이용하는 10유로짜리 티켓, 다른 하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중간부터 계단을 타는 15유로짜리 티켓
단언컨데, 5유로 안 아끼는 걸 강력히 권고한다.
나 역시도 메이지 덴노릉의 고생이 떠올라 엘레베이터로 끊었고, 그래도 다리가 아팠다.
계단은 좁고 중간에는 기울어있고 안 끝난다. 그러니 엘레베이터를 타서 조금이라도 걷는 걸 줄이는 게 맞다.
올라가면 뷰는 좋다. 아쉽다면 저 날 비가왔다는 것 정도겠다.
그 유명한 열쇠 구멍 모양 광장도 보이고 멀리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과 핀초 언덕도 보인다.
하필 저날 비가 와서ㅠㅠㅠ
여담으로 비는 이번 여행 거의 매일 왔다.
계단의 진짜 매력은 올라갈 때가 아닌, 내려갈 때 찾아온다.
조금만 더 가서 쉬면 되겠다 싶은 타이밍에 좁은 나선형 계단이 반복되었고
진짜 이대로 더 가면 다리가 안멈춰 넘어지겠다 싶을 때 저 계단이 끝나 준 덕에
다리가 맛이 갔다.
참고로 바투 동굴 계단에서 다리가 풀려 안멈추는 경험을 했기에 당시 내 상태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또 넘어지면 1년 간 돌바닥에 두번 구른 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 멈췄다.
엘레베이터를 타기 전 성당 위의 카페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나와 내 친구 둘 다 맛탱이가 갔고, 특히 내 다리가 맛탱이가 간 상태였다.
그 와중에 이 나라는 성 베드로 성당 위에서도 야외면 흡연이 가능하다. 와우!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프고
(투어 시작 타이밍이 10시 반이고 끝난 게 두시, 쿠폴라 내려오니 세시가 넘었다. 즉 점심을 거른 상태였다.)
밥을 먹으려면 성당 입장 줄을 다시 서야해 거른 게 좀 크게 다가왔다.
바티칸을 나와 밥을 진짜 많이 먹었다.
스테이크 2인분에 파스타도 엄청 먹어서 120몇유로가 나온 걸로 기억한다.
이후 힘들어서 그냥 들어가 쉬자고 했는데, 내 친구가 나보나 광장까지는 가자고 했다.
나 힘들어 죽겠는데, 그래도 성 천사성 앞에만 보자고 합의했고, 성 천사성으로 갔다.
가는 길에 젤라토도 먹고 뭐 좋았다.
나보나 광장은 감성도 좋고 그랬는데, 물가가 너무 비쌌다.
확실히 로마 최고의 물가가 거짓말은 아니구나 싶었다.
로마 전역이 관광지 물가로 적용되는 감이 크다지만, 나보나 광장은 확실히 비쌌다.
나보나 광장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하고, 마침 내가 여행할 때가 12월 중하순이라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러 나보나 광장으로 간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뭐 시장?정도였다.
배불러서 샌드위치 사먹을 생각은 안났고, 그냥 잘 구경하다가 버스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들어와서 술 한모금하고 바로 뻗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행에서 이 날이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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