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뉴스나 커뮤니티 글을 보다보면 머리가 띵해지는 단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모 칼럼니스트 분의 글 속 '충효화'라던가
뭐 그런게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단어는 '입법 독재'였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령 포고령 中)
상당히 공격적인 예시를 들고 오기는 했는데, 이것만큼 입법 독재론이 표면화되어있음을 설명해 주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모 사이트 유저끼리 떠든 게 아니라 무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볍게 질문을 던져보자. 입법부는 독재할 수 있는가?
로크는 정부 체제의 결성에 있어 '동의'를 강조했다. 그리고 그 동의를 얻는 비교적 공평한 방법이 다수결이다.
그렇다해서 다수결이 완벽하고 공정한 방법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공리주의적 이해관계의 해석보다 최선인 방법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한국의 입법부인 국회는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을 통해 선출되며,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소선거구제 지역구나 비례대표 득표율에 따라 다수결로 결정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결과를 독재라고 볼 여지가 없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편의 상 더불어민주당을 빨갱이종북친중반국가세력공산당이라고 치자. 그리고 그런 정당이 300석 중 180석을 획득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서 두 가지 비난점을 제시할 수 있다.
하나는 우민정치의 결과이며 한국 민주주의가 퇴색된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는 조작된 결과이다.(또는 부정선거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비난 모두 입법 독재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전자에 대해서는 우민독재 혹은 우민정의 문제점 등의 용어를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면 이 결과에 있어 입법부의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후자는 말하기도 귀찮기는 하지만, 이제 선관위의 문제점으로 가야 하는데, 이건 독재성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180석을 획득한 빨갱이종북친중반국가세력공산당의 행정 방해는 잘못된 것일까?
'꼬우면 선거를 이겼어야지'라는 나쁜 말보다는, 이 행동 자체를 평가하자.
야당의 기본적인 목표 중 하나는 여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리하고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협조를 해야하긴 하다만
그 정책이 필요하고 편리한 정책인지를 판단하는 건 국회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일이다.
막말로 여당 의원도 여당 정책에 반대할 수 있고, 야당 의원도 여당 정책에 찬동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는 개인의 판단이고, 당 차원에서의 중론은 결국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한 여당 정책 반대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즉 다수당을 점한 야당의 행정 방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애초에 국회는 다양한 의견끼리 싸우라고 있는 곳이다. 그럴 필요가 없으면 선거로 300명이나 뽑을 이유가 조금도 없다.
그렇다면 애초에 '입법 독재'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최근에 미국 모 연구소에서 말을 하길(출처가 자세히는 기억나지는 않음)
'입법 독재'라는 말은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단어라더라. 완전 비아냥대듯 말했다.
애초에 입법부라는 존재 자체가 전제군주에게 일원화된 정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탄생한 것임을 생각하면
입법 독재라는 말 자체에 상당히 이질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기는 하다.
차라리 지금의 미국이나 아베 시절의 일본처럼, 여당이 행정, 입법, 사법 삼권을 모두 차지하는 식의 형태라면 모르겠는데,
행정부와 입법부가 마찰을 빚는 것이 과연 독재인가?
다만 그건 있다.
입법부의 권한이 행정부의 권한을 초월하는 것이 맞는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행정부와 입법부에 과도한 권력이 부여되어있다고 생각한다.
행정부의 경우 이것이 권한이 중복되는 형태로 나타난다면, 입법부는 국회의원의 권한이 과도한 점에서 나타난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것이 행정부와 입법부라는 두 거대 정치기관의 정권 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서로를 견제할 수단이 있으며,
대통령이 법률 공포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과, 입법부가 정책 통과를 방해하는 것이 그 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세력 균형이 깨졌다면, 이로 인한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고
이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선거 아닌가?
그 결과가 이런 것인데, 왜 입법 독재가 가능한 것인가?
상대방을 장악하지 못한 것에 '독재'라고 폄하하는 건 그렇게 긍정적인 언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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