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반점'은 채식주의자의 두번째 파트이고, 첫번째 파트인 '채식주의자'의 2년 후 시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여전히 '영혜'이지만, 이번 화자는 '영혜의 형부'로 바뀌었다.
이전파트인 채식주의자와 비교하여 몽고반점이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답답하고 건조한 이전 파트와 달리 '역겨움'이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영혜에 대한 묘사가 이전 파트보다 줄어든 대신, 형부가 가진 영혜에 대한 감정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그 결과 읽는 내내 역겨웠다.
영혜의 형부는 표현예술가이고, 이에 따라 아름다움과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었다.
아내인 영혜의 언니에 대한 평가와 영혜에 대한 평가가 교차되는 것부터,
영혜의 몸에 몽고반점이 나있다는 걸 알고 처제를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것,
그리고 이를 자신만의 미에 대한 가치관과 엮어 전 동서인 정 서방을 혐오하는 것까지,
이러한 모든 것이 처제인 영혜와의 포르노그라피로 결론되는 과정 하나하나가 역겨웠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영혜의 입장에서 재구성한다면, 이전 파트와의 교점이 생긴다.
영혜는 이전 파트와 달리 꽤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물론 그렇다하여 전작의 꿈 및 채식주의에 대한 원인과 이유를 설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몸에 그려진 꽃을 지우지 않은 것, 형부가 제안한 포르노그라피 촬영에 호응한 것에 대해서는
나름의 이유를 설득적으로 표시했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그 결말인양 형부와 몸을 섞고 자신을 채식주의자로 만든, '꿈 속 공포의 존재'가 '뱃 속 얼굴'이라는 존재로 구체화 된 것 등,
전반적으로 영혜에게 있어서는 이 일련의 과정이 정신적 성장으로 이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하여 그 역겨움이 퇴색되지는 않았다.
결말에서 영혜의 언니는 남편과 영혜의 포르노그라피를 본 후 그 두명을 정신병원으로 보냈다.
영혜의 가정에 이어, 언니의 가정마저 파탄나는 순간이었다.
비록 영혜의 언니가 남편과 영혜를 정신병원으로 보낸 것은 영혜의 정신적 회복에는 방해가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련의 과정을 감안하면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전 파트의 화자인 정 서방은 영혜의 입장에서 방관자라 해석할 수 있다면,
이번 파트의 화자인 '형부'는 쾌락에 휩싸이는 광기로 인해 타락한 위선자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나의 시각에서 이러한 결과가 저 두 인물의 문제점으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도대체 그 꿈의 원인이 무엇이길래 이 사단의 직간접적 원인을 제공하게 된 것인지,
즉 영혜의 문제점들과 그 원인에 대해 집착하면서 읽게 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 하여 위 두 인물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영혜의 죄를 물으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 속 영혜의 행동은 도저히 독자인 나에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제발 3부인 '나무 불꽃'에서는 영혜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설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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