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역을 미국에 보내 조약개정교섭을 진행했지만
윗 글에 나오듯 이와쿠라 사절단의 조약개정교섭은 성과 없이 실패했다.
1873년(메이지6) 정한론 정변으로 국내잔류파인 외무경 소에지마 다네오미가 낙향했고,
새로운 외무경에 데라지마 무네노리가 취임했다.
데라지마는 조선문제와 대만출병 등 다른 외교문제가 해결된 후 본격적으로 조약개정교섭을 시작했다.
수많은 불평등조약 문제 중 데라지마가 우선 집중한 것은 바로 관세에 대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대장경을 이끌던 오쿠마 시게노부와 마쓰카타 마사요시가
식산흥업정책에 필요한 자금을 이유로 데라지마 외무경에게 관세 개정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데라지마는 각국의 영사들을 통해 개별적으로 교섭하는 방식으로 조약개정교섭을 진행했고,
1878년(메이지11) 미국과 요시다-에버츠 조약의 비준서를 교환하며 관세자주권의 회복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다.
하지만 비준서를 교환한지 얼마 안되어 요코하마 개항장에서 영국 상인이 아편을 밀수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청나라를 몰락시킨 아편전쟁의 경우를 감안해 일본의 아편에 대해 강경하게 반응해왔는데,
아편을 몰래 들여온다는 건 당연히 대형 사건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 상인의 국적이, 그 누구보다 일본 정책에 강경하게 행동했던 일본이었고,
영국 영사재판소는 아편 밀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말았다.
일본의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영사재판권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올라가며
요시다-에버츠 조약은 폐기되고 만다.
1년 후인 1879년(메이지12) 서일본에 콜레라가 유행했고,
일본 정부는 콜레라 호가산을 방지하기 위해 검역을 강화하는 규칙을 공포했다.
그 검역 규칙의 내용은 각국 공사관에 전달되었으나 영국과 독일은 규칙이 불비한 점이 많다고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독일 상선 헤스페리아호가 검역을 거부하는 헤스페리아호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영사재판권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처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아편 밀수 사건과 헤스페리아호 사건으로
데라지마의 각국 교섭 방식과 관세자주권 위주의 조약개정은 의미가 없음이 드러났지만
데라지마는 자신의 방식을 고집했다.
결국 이노우에 가오루 등, 정부 주요 인사들도 데라지마의 조약개정에 대해 지지를 철회했으며,
결국 1879년 데라지마 무네노리는 외무경에서 사임했다.
데라지마 무네노리의 사임 후 외무경에 오른 것은 이노우에 가오루였다.
이노우에는 데라지마가 제했던 조약개정교섭의 방향성을 전부 페기했고, 새로운 조약개정안을 제시했다.
우선 각국 협상 노선은 페기했으며, 열국회의를 개최해 주요 국가와 조약개정을 협의하는 식으로 전환했다.
관세자주권에 대한 논의를 연기시켰으며, 그 대신 영사재판권의 폐지에 집중했다.
그 외에도, 귀찮아서 안 적었지만 이와쿠라 사절단 이래 조약개정의 핵심인
'사실상의 한계'에 대한 극복 역시 이노우에의 조약개정안에 포함되었다.
이는 기존 일본정부나 여론이 원한 강경한 조약개정안과는 조금 궤가 다른 것이었다.
이노우에안은 영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호응을 얻어내는 효과를 얻었으며,
1882년(메이지15)에 처음 열린 조약개정 예비회의에 주요 국가를 모두 참석시키기도 했다.
예비회의의 결과 내지잡거(외국인 활동범위 제한 폐지)와 영사재판권을 폐지를 교환하는 식의 조약개정안이 도출되었다.
비록 그 범위 및 구체적인 일본법 적용 범위 등에 대해서는 차후 논의가 필요했지만,
조약개정안의 청사진을 그렸다는 것만으로 분명한 성과였다.
하지만 거문도 사건으로 외교쟁점이 러시아에 집중되면서 서양도, 일본도 조약개정에 집중하기엔 시간이 필요했고
조약개정교섭은 일단 연기되었다.
이노우에는 로쿠메이칸을 지어 그곳을 정부 고관과 외교관들이 교류하는 무도회장으로 활용했고,
이를 위해 정부 고관의 복식과 문화를 서구화하는 서구화정책을 추진했다.
전통문화를 중시했던 이와쿠라 도모미 등과 다른 노선의 정책이었지만 외무경 이노우에가 추진한 것이었으니
이토 히로부미 등 주요 인물도 이에 호응해줬다.
이후 이노우에의 조약개정교섭은 내각제 체제로 개편된 후 본격화되는데, 이는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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