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시미
오사카에서 교토로 가기 위한 두개의 길목 중 한군데에 위치해있으며
센본도리이로 유명한 후시미 이나리 신사
쇼쿠호 정권을 이르는 다른 말인 아즈치-모모야마 시대 중 모모야마
보신전쟁의 시작을 알린 도바 후시미 전투
그리고 메이지 유신의 메이지 덴노가 묻힌 메이지 덴노릉이 있다.
이 중 2일차의 목적지는 보신전쟁 당시 사쓰마군의 주둔지였던 고코노미야 신사
그리고 모모야마에 위치한 모모야마 성과 메이지 덴노릉이었다.
고코노미야 신사는 물이 맑기로 유명한(출처: 월계관 오쿠라 기념관) 후시미이기에 그 맑은 물을 위한 신사이다.
실제로 안에 가보면 월계관이 기증한 것 도리이나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곳이 도바 후시미 전투 중 후시미 방면에서 사쓰마군이 주둔한 곳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도바 후시미 전투 기념비가 시사 내에 있었고, 이를 기념하는 글은 사토 에이사쿠 당시 내각총리대신이 직접 썼다고 위에 적혀있다.
참고로 비핵화 3원칙, 오키나와 반환, 노벨평화상의 그 사토 에이사쿠이다.
이제 고코노미야 신사에서 모모야마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하지만 이미 다리는 너무나도 아파왔다.
그래도 좀 쉬면 괜찮겠지. 무덤이 그리 높은 산에 있겠어?
하고 걸은 것이 문제였다.
이때가 5시가 안되었나? 그랬을텐데, 배도 안고프고 그래서 식당이 보여도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이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언가를 먹었어야 했다.
걷다보니 다리가 너무 아파 모모야마성은 포기하고 메이지 덴노릉만 가기로 마음먹었다.
모모야마성의 역사적 중요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모모야마성은 이름의 유명세에 비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체류한 기간이 짧고 현대에 들어 재건된 성이라서
굳이 거르라면 거를 의사가 이미 충분했다.
반면 메이지 덴노릉은, 메이지 유신이라는 나에게 있어 그 나름의 중요성은 물론이요
콘크리트릉이라는 특이한 포인트가 있었기에 굳이 고른다면 무조건 메이지 덴노릉이었다.
문제는 가도 가도 숲길뿐
무덤이 안나온다.
모모야마 입구에서 약 20분을 더 걸어 메이지 덴노릉에 도착했다.
무덤도 콘크리트, 도리이도 콘크리트지만,
당시 콘크리트는 나름의 최고급 신소재였기에 그 비싼 것을 봉분에 사용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동쪽으로 몇분 더 걸으면 황후릉도 나오는데 거기는 안갔다.
올라갈 때에는 몰랐는데 메이지 덴노릉은 나름 고지대에 있었다.
올라갈 때는 후시미 중심지에서 올라간 것이었고,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았지만
위 사진에 나오듯 훌륭한 전망을 보며 나 역시도 깨닳고 만 것이었다.
아 여기 산이지
위 사진 정 가운데로는 계단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계단은 나에게 지옥이자 기적을 선사했다.
이 가파르고 긴 계단을 내려가야 역이 있다.
온 길을 다시 돌아간다는 경우의 수도 있었지만 너무 길어 다리가 너무 아팠다.
그러게 진작 모모야마미나미구치역에서 내려서 갔으면 좋았잖아!
도대체 왜! 후시미모모야마역으로 간 거야!
그렇게
모세는 바다를 가르는 기적을 보여줬고,
메이지 덴노릉은 사람의 다리가 가만히 서있어도 좌우로 진동하는 기적을,
내리막을 걷는 게 죽을 듯한 고통이 되는 기적을 선사했다.
역시 지상의 현현하신 카미사마 덴노 헤이카다운 고통이었다.
모모야마를 내려오고 모모야마미나미구치역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하지만 이미 내 다리는 박살나있었다.
이대로면 다리가 풀린다. 다리가 풀리면 앞으로의 일정은 불가능했다. 근데 배는 고프다.
근처에 식당이 없었다. 역 근처에 다행히 편의점이 있었지만 앉아서 먹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편의점 앞 화단에 앉아 야키소바에 맥주 한캔을 깠다.
많이 걸었을 때, 근육이 아픈 건 당연한 거지만
발목이 아프기 시작하면 이제 너무 많이 걸었으니 휴식이 필요한 상태가 된 것이며
무릎이 아프면 진지하게 향후 일정을 걱정해야 한다.
그리고 당시 나는 종아리, 허벅지, 무릎, 발목, 발바닥이 다 아픈데 짐을 챙겨서 교토의 숙소로 이동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짐은 후시미모모야마 역에서 한 정거장, 모모야마미나미구치역에서 두정거장 거리에 있는
주쇼지마의 코인락커에 넣어놓은 상태였다.
다행히 게이한 2일권이 있어 교통비 드는 건 괜찮았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주쇼지마에서 후시미모모야마까지 한정거장
모모야마미나미구치에서 주쇼지마까지 두정거장
나 ㅅㅂ 지금 전철로 세정거장 거리를 걸은 거야?
숙소에 겨우 도착해 짐을 풀었고
전담 액상이 다 달아서 일회용 전담사러 가와라마치로 이동했다.
물론 바로 이동할 수는 없었고 좀 쉬었다가 저녁도 먹을 겸 기온 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전담을 사고 이자카야에서 야키토리랑 맥주를 마시는데 옆에 독일 아저씨 둘이 와서 앉았다.
JLPT N1이 읽어도 가독성 떨어지는 일본 식당 메뉴판에 그들은 얼을 탔고 나는 그들을 도와주었다.
신이 난 두 아저씨는 일본인으로 보이는 나에게 메뉴 추천을 부탁했고,
아니 나는 일본인이 아니라 뭐가 뭔지 제대로 추천을 못한다고 말해줬다.
물론 추천만 안해줬을 뿐, 필요한 건 제대로 도와줬다.
주문 어떻게 하냐 물으니 내가 대신 주문해줬고, 이후에 떠들면서 독일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저 독일 아저씨들은 이제 '한국인은 모두 일본어를 할줄 아는구나'라고 오해할 것이다.
그렇게 둘쨋날 밤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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