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 내 전반적인 목적지는 유적지였다.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까지 어쩌다보니 일본사 주요 사적을 시대에 맞춰 전부 돌아다녔고
그 대신 다리를 잃었다.
2024년 11월 7일, 가만히 서 있는데 다리가 좌우로 진동할 수 있다는 기적을 체감한 그날
여기는 아직 다리가 아프기 전 이야기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자담배를 찾으러 다녔다.
액상이 거의 떨어졌지만 찾을 시간도 부족했고,
결국 그대로 요도야바시역으로 이동해 게이한 2일권을 교환해 교토 방면으로 이동했다.
게이한 전철을 타고 주쇼지마 역으로 가서 첫번째 목적지인 월계관 오쿠라 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사케 회사인 월계관의 박물관 같은 곳이며, 메이지 시대의 양조장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600엔 들여서 박물관 구경과 테이스팅, 그리고 기념품인 사케잔을 받았는데
역시 사케는 내 취향이 아닌 듯 하다.
가라구치 아마구치 구분 안되는 거 보면, 결국 내 입맛에는 맥주가 최고인 듯 하다.
다음 목적지는 원래대로면 사카모토 료마와 막말 존황양이 사쓰마번사 등이 머물렀던 여관 데라다야였다.
하지만 주쇼지마역 인근 동네 곳곳에 붙은 일본공산당 포스터에 흥미를 느낀 나머지
근처에서 발견하게 된 일본공산당 소속 교토부 부의회 의원의 연락소에 들어가버렸다.
들어가자마자 사실 한국인인데, 여기 들어와도 되는 곳이냐고 물어봤고
연락소의 직원 분(부의원 부친으로 추정)께서는 괜찮다고 상냥하게 대해주셨다.
한국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공산당에 대해 궁금해서 들어온 것이라 말했고,
안에서 일본의 정치, 일본공산당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었고, 정말 감사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무 좌익 혹은 반공 성향의 질문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일본의 현안(총리 지명 선거)과 정당연합 구성 가능성, 일본공산당의 중원선 결과 및 성향 등등에 대해 물어봤다.
의외로 그간 생각했던 제2세계 동맹의 느낌보다는, 뭐랄까 그런 식의 틀에 잡혀있지 않은 정당이라고 느꼈다.
일공이 북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는데, 예전에는 나름 적극적으로 교류했지만 옛날이고,
지금은 북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은 데라다야로 이동했다.
삿쵸동맹 결성 직후 데라다야에서 머물던 사카모토 료마가 이곳에서 습격당했고,
료마의 존재감에 묻혀서 그렇지 존황양이파와 좌막파로 나뉜 사쓰마번의 정국에 의해
좌막파 사쓰마번사들이 존황양이파 사쓰마번사를 습격했던 데라다야 사건의 현장이었다.
내부에는 료마에 대한 설명, 료마의 처인 오료에 대한 설명, 료마가 습격당할 당시의 도흔,
료마가 가지고 다녔다는 총의 사진(총은 다카스기 신사쿠가 기증) 등등, 다양한 역사적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 더해 일본식 여관의 모습도 어우러졌다.
다만 입장료는 1000엔으로 상당히 가성비는 안좋았다.
학생증이 있다면 학생요금으로 할인해주는데, 내 학생증은 말레이시아에 기증한지 오래이다.
야발
근처 료마도오리라는 상점가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으나, 먹을 곳이 딱히 보이지 않았고
결국 역의 우동집에서 우동을 먹고 우지를 향해 이동했다.
차의 고장 우지.
그 우지를 관통해 흐르는 우지가와라는 강은 물살이 강했고,
이를 건너기 위한 고풍스러운 우지대교가 눈앞에 보였다.
다리를 건너니 겐지모노가타리에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 석상이 있었고,
JR역인가 근처에 겐지모노가타리 박물관이 있는 등 역사적인 느낌이 강했다.
참고로 나는 겐지모노가타리를 공부하신 어떤 분의 이야기를 듣고
겐지모노가타리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꺼버렸다. 일본서기보다 어려워 무슨
우지에 왔으니 녹차를 한잔하고, 우지의 유일한 볼거리 뵤도인으로 이동했다.
우지 뵤도인. 10엔 동전의 그곳이다.
후지와라 미치나가(북가)가 지은 별장과 같이 딸려있는 절이며,
정면의 봉황당은 헤이안시대의 것에 유지 보수만 가한 700년된 건축물이다.
위 사진에 보이듯 요금을 더 내면 내부에 들어가 본존불을 볼 수 있으며, 설명도 들을 수 있는데, 당연히 들어갔다.
봉황당 좌우의 복도 및 후면의 복도는 장식이라고 한다.
밸런스를 위한 것이지 용도는 없다고 설명해 주셨다.
뵤도인 본존불 주변에는 그 뭐라하더라...날아다는 보살상? 뭐 그런게 있는데
절반은 박물관에 전시해놨다고 한다.
그리고 박물관 입구 찾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즉 또 걸었다.
무라카미 시키부 사진을 찍고 다시 주쇼지마로 이동하기 위해 역으로 돌아갔다.
아직 목적지가 남아있었고, 이 때 아직 시간이 세시 반? 그랬다.
내가 기억하기로 마지막 목적지에 해당하는 곳들은 입장이 따로 필요 없어
조금 늦게 가도 상관없었다.(교토는 앵간한 관광지가 5시면 닫는다)
그러니 느긋하게 이동해도 상관은 없었고, 그래서 느긋히 이동했다.
이때 내가 잊고 있던 변수가 두가지 있었다.
나는 이미 다리가 아프다는 것
나는 어제 32000보를 기어코 걸었다는 것
아 하나 더 있다.
다음 목적지는 산 위에 있다는 것
'일본 여행 > 간사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사이 역사여행 2일차 후시미모모야마 (0) | 2025.01.29 |
---|---|
간사이 역사여행 1일차 오사카 (0) | 2025.01.29 |
간사이 역사여행 1일차 출국 (0) | 2025.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