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밤이 궁금해
오늘은 어떤 다리 상태가 날 부를까?
2일차 막판, 나는 가만히 서 있어도 다리가 좌우로 진동하는 기적을 체험했다.
이틀 합쳐 6만보나 되니 많이도 걷긴 했다.
3일차 아침에 일어나니 다리가 진짜 가망없이 아팠고, 이대로면 향후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게 분명했다.
그래서 3일차는 미리 예약한 니조성을 제외한 다른 곳은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간 가고 싶어했던 교토 고쇼는 이번에도 못갔다.
숙소 근처에 아케치 미츠히데의 수총이 있길래 와보았다.
마침 산조오하시 인근에서 아케치 미츠히데였나 이시다 미츠나리였나
암튼 천하인에게 패배한 인물이 처형당한 장소도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아다리는 맞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느긋하게 이동한 결과 니조성 혼마루 입장 시간에 늦을 뻔 했다.
그 아픈 다리를 끌고 니조성을 뛰어다녔다는 것이다.
니조성이야 교토에 가면 밥먹듯 가는 곳이었지만 혼마루는 그간 개방을 안해 들어가보지를 못했다.
얼마전(9월인가) 드디어 민간에 개방을 했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들어갈 수 있다길래 바로 예약했다.
간에이 3년(1626) 고미즈노오 덴노의 행행이 예정되자
이를 대비하여 니조성이 서쪽으로 확장되었는데, 그 때 혼마루를 신축했다고 한다.
이 행차에서 시에 사건과 가스가노츠보네의 덴노 배알이라는 빅이슈가 터져서 그런지
이후 쇼군의 상락은 200 몇 년 간 없었고, 그 사이에 혼마루는 화재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대정봉환 이후 니조성은 황실의 이궁으로 편입되었고, 이후 가쓰라노미야인가 대 끊긴 방계 황족 저택을 이식해 지금에 이른다고 한다.
1890년대에는 메이지 덴노가 이 혼마루에 묵었다고 하며 다이쇼 덴노도 즉위식 축하연 이후 여기서 머물렀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내부는 신식이며, 상당히 화려하다.
니노마루와 같은 삐걱삐걱 이런 건 없고, 전등을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스위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부 사진촬영? 어림도 없다.
참고로 나는 이날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고 일반인의 4분의 1 속도로 걸어다녔으며 잊을만 하면 앉았다.
그러니 니조성에서 4시간을 떼우지. 그러게 누가 6만 걸으래...
오디오 가이드는 솔직히 600엔이라는 대여료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진짜 괜찮았다.
사진도 나오고, 설명도 구체적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국어도 있다.
니노마루고텐의 주요 시설이나 양식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고 구체적이었으며, 시간도 오래 소요되지 않았다.
그 외에도 간에이 행차, 대정봉환, 다이쇼 덴노 즉위 축하연 등등, 추가적인 설명도 동반되어서 좋았다.
서양인들이 왜가리 사진 찍길래 나도 하나 찍었다.
도시 하천의 지배자 왜가리는 역시 멋져
개인적으로 니조성 니노마루고텐의 정원은 내가 본 일본식 정원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축소시킴과 동시에 나름 이유가 있는 배치
인공 폭포와 네개의 연못, 그리고 철쭉 피면 진짜 이쁘다.
물론 내가 니조성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삐걱대는 바닥이지만 정원도 참 좋다.
생각하니까 웃기네. 다리 아파서 5초에 한 걸음 씩 걷던 놈이
삐걱삐걱 이건 계속하고 다닌 거야?
니조성 이후엔 밥 먹으로 니시키 시장을 갔다. 가격도 비싸고 길은 막히고, 그래도 사먹긴 했다.
어우 정신없어.
이후 숙소로 다시 돌아와 빨래하고 푹 쉬었다.
3일차는 2편? 그런 거 없다. 원래 계획대로 교토고쇼 찍고 은각사 갔으면 나 죽었다.
"콩나물무침"
정말로 일본은 김치를 아무데나 붙인다.
니네 식으로 해먹는 건 좋은데, 김치의 정체성은 지켜야지. 그리고 저건 '무침'이야. 김치가 아니라고.
3일차 아무데도 안 간 것 같은데 니시키 시장을 찍어서 나름 돌아다닌 게 되었다. 어쩐지 15000보나 걸었더라.
그래도 이 날의 휴식+파스 사서 저녁에 붙인 덕에
4일차부터는 다리가 아파도 나름 걸어다닐만 한 상태가 되었고,
다리가 좌우로 진동하는 기적이나 다리가 풀릴 위기같은 건 잘 피하면서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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