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체제에 담겨진 유럽의 전쟁 인식

2025. 2. 12. 23:22·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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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라고 쓰기는 하지만 일본사 이야기는 없다.

이 글은 국제연맹 설립과 워싱턴체제의 군축정책에 있어 그 이유를 논하기 위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오랜기간 지속된 전쟁은 수도없이 많다.오히려 역사적으로 몇달 이내로 종결된 전쟁은 '전투'정도로 정리되는 경향이 있지, 전쟁이라 서술하지는 않는다.유럽의 역사를 보더라도, 7년전쟁, 30년전쟁, 100년전쟁이 있는데,정말로 이 전쟁들은 7년, 30년, 100년 간 지속되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여기에 더해 산발적이고 연속적이지 못해서 그렇지 십자군 전쟁은 거의 250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1914년에 시작되어 1918년에 끝난 1차 세계대전에 '대전'이라 이름 붙이는 건 어색할지 모르겠다.하지만 당시 유럽의 시각에서 1차 세계대전은 분명한 '대전쟁'이었다.전선이 넓은 것도, 참여한 국가가 유럽 전체인 것도 그렇지만, 전쟁이 무려 4년이나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전쟁을 겪으며 수많은 사상자와 물적 손해를 본 유럽은 전쟁을 '잔인하고 미개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그렇기에 아무리 필요한 전쟁이라도 길어야 반년, 1년 이상 지속되는 전쟁은 발전되지 못한 미개한 국가의 전쟁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실제로 보오전쟁은 7주, 보불전쟁은 스당 포위까지 9주 걸렸다.그 외의 전쟁 중 1년 이상 지속된 전쟁은 보어전쟁, 청일전쟁 등이 있지만 이 중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은 없다.즉 유럽은 발전된 국가라면 최대한 전쟁을 짧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1차대전은 유럽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사실상 그들의 관념 내에서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는 안될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그렇기에 국제연맹을 창설해 주요 갈등 논제에 대해 전세계가 논의할 장을 만들어 대전쟁을 예방하고,혹여 전쟁이 발생해도 대전쟁으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강대국을 중심으로 군축을 시행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 될 것인가?이 질문에 대해 1910년대 후반~1920년대 정치인들은 '독일'이라 대답했다.신노선정책으로 전간기 평화구도를 훼손하고 실제로 전쟁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파리 강화 회의와 베르사유조약은 독일을 조지는 데에 정말로 집중했다.영토를 상실했고 과도한 배상금을 물려 독일 경제를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게다가 이후의 라인란트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독일의 국제적 입지 역시 나락으로 보내버렸다.

 

이 당시의 전쟁 인식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실제로 장기전은 미개한 것이며, 독일은 다시 전쟁을 일으켰다.하지만 제국주의적 구도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이런 식의 평화론은 애초에 무의미한 것이었다.그리고 그 무의미함을 상징하는 기구가 국제연맹이었고,그 무의미함을 상징하는 나라가 일본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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