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다이쇼3) 6월 28일
세르비아 청년 가브릴로 프란치프가 쏜 총알이
그대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과 조피 대공부인을 향했고,
이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세르비아 간의 전쟁을 촉발시켰다.
세르비아의 동맹인 러시아는 이 전쟁에 대해 범슬라브주의를 이유로 참전을 선언했고,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동맹인 독일 제2제국 역시 러시아에 선전포고했으며,여기에 영러협상과 불러동맹으로 엮인 영국과 프랑스가 참전하면서유럽 전체가 전화로 덮히는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이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는 영국이었다.독일은 영국과의 전쟁에 있어 영국의 화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파악했고, 그렇기에 영국의 다른 식민지를 공격하는 방안을 구상했으나문제는 산동반도, 독일령 남양군도, 파푸아뉴기니의 군대를 다 합쳐도 홍콩, 말레이, 인도의 영국군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라서 독일은 전통적으로 우호적이었던 일본에 도움을 요청했지만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조약개정 5
이번 편의 부제를 담는다면조약개정의 완성과 세계 정세정도겠다. 어쩌면 조약개정보다는 제국주의 국가로 완성된 일본이 세계 정세에 점차 어떤 위치로 향해가는 지가 중요하겠다.전편은 여
mtw31082.tistory.com
전쟁이 시작되고 얼마 안되어 영국은 공식적으로 일본에 홍콩 보호를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을 받은 일본은 과거 의화단 운동의 성과처럼, 서양의 전쟁을 도와 동아시아의 이권을 확장하는 데에 활용하고자 했는데
과거의 전쟁과 비교해 그 차이라면, 과거의 타겟은 조선인 것과 달리 이번 타겟은 중국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게 일본의 발목을 잡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다.
영국의 홍콩 보호 요청이 당도하고 얼마 안되어 독일 역시 일본을 우군으로 하려했지만,당시 가토 다카아키 외무대신은 독일 군함이 일본 근해에서 발견된 것 등을 이유로 독일에 선전포고를 선언했다.곧이어 가토 도모사부로가 이끄는 일본 함대가 칭다오를 공격했고, 그대로 독일이 조차중인 산동반도에 상륙했다.독일군은 일본군에 비하면 머릿수가 턱없이 부족했고 약 두달만에 산동반도의 독일군은 일본에 의해 전멸했다.
여담으로 당시 생포된 독일군 포로들은 일본으로 이송되었는데, 일본에서 상당히 후하게 대접받았다고 한다.이는 일본이 아시아 유일의 문명개화국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는데,다르게 말하면 중국 지배를 위한 일종의 포석이었던 것이다.
영국과 독일의 구원 요청이 일본에만 간 것은 아니었다.
당시 중화민국 대총통이었던 위안스카이도, 과거 일본이 그랬듯 1차대전의 성과를 국제적 입지 발전에 활용하고자 했고,
그렇기에 영국을 도와 산동반도 방면에 참전했으나, 때는 늦은 상태였다.
산동반도는 일본에 의해 정리되었고, 이제 중국이 맞이해야 할 것은 일본으로부터 올 제국주의적 요구안이었다.
1915년(다이쇼4) 1월 18일
일본의 외무대신 가토 다카아키는 중화민국에 21개조 요구안을 제시했다.
그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1호 산동권익
- 중국 정부는 독일군이 산동성에 관한 조약 또는 기타에 의하여 소유하는 일체의 권리·이익·양여 등의 처분에 대하여 일본국 정부가 독일국 정부 와 협의할 일체의 사항을 승인할 것을 약정한다.
- 중국 정부는 산동성 및 그 연해 일대의 토지 또는 도서를 어떠한 명목으로도 타국에 양여하거나 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정한다.
- 중국 정부는 지부(옌타이) 또는 용구와 교주만(키아우초우)으로부터 제남에 이르는 철도와 연결하는 철도의 부설을 일본국에 윤허한다.
- 중국 정부는 가급적 빨리 외국인의 거주 및 무역을 위해 자진해서 산동성 주요 도시를 개항할 것을 약속한다. 그 지점은 별도로 협정한다.
2호 남만주 및 동부 내몽골에 대한 일본국 우선권
- 두 체약국은 관동주 조차 기한 및 남만주 및 안봉 양 철도의 기한도 다시 99개년씩 연장할 것을 약정한다.
- 일본국 국민은 남만주 및 동부 내몽고에서 각종 상공업 건물의 건설 및 경작을 위해 토지의 임차권 또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 일본국 국민은 남만주 및 동부 내몽고에서 자유로이 거주 및 왕래하여 상공업 및 기타의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
- 중국 정부는 남만주 및 동부 내몽고의 광산 채굴권을 일본 국민에게 허가한다. 그 채굴할 광산은 별도로 협정한다.
- 중국 정부는 하기 사항에 관하여 일본국 정부의 동의를 거칠 것을 승낙한다.
- 남만주 및 동부 내몽골에서 타국인에게 철도 부설권을 부여하거나 또는 철도 부설을 위하여 타국인으로부터 자금의 공급을 받는 일.
- 남만주 및 동부 내몽골에 있어서 제세를 담보로 하여 타국으로부터 차관을 얻는 일.
- 중국 정부는 남만주 및 동부 내몽고에 있어서의 정치 재정 군사에 관하여 고문 교관을 필요로 할 경우에는 반드시 먼저 일본국과 협의해야 한다.
- 중국 정부는 본 계약 체결일로부터 99개년간 일본에게 길장철도의 관리 경영을 위임한다.
3호 한야평공사의 합판
- 양 체약국은 장래 한야평공사를 양국의 합판으로 할 것과 중국 정부는 일본국 정부의 동의 없이 동 공사에 속하는 일체의 권리와 재산을 스스로 처분하거나 또는 동 공사가 처분하지 아니하겠다는 것을 약정한다.
- 일본국 자본가측 채권 보호의 필요상 중국 정부는 한야평공사에 속하는 광산에 대하여 동 공사의 승인 없이는 채굴을 타인에 허가하는 것과 기타 직간접적으로 동 공사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조치를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먼저 동 공사의 동의를 얻을 것을 약정한다.
4호 영토불할양
- 중국 정부는 중국 연안의 항만 및 도시를 타국에게 양도하거나 대여하지 않을 것임을 약정한다.
5호 희망조항
- 중앙 정부에 정치 재정 및 군사 고문으로 유력 일본인을 초빙할 것.
- 중국 내지에 있어서의 일본의 병원, 학교에 대하여는 토지 소유를 인정할 것.
- 종래에 중·일간에 경찰 사고의 발생이 많았고 불쾌한 논쟁이 적지 않았으므로, 필요한 지방에서의 경찰을 중·일 합동으로 하거나 이러한 지방에서의 경찰 관청에 일본인을 초빙하고 또 중국 경찰 기관의 쇄신 확립을 도모하는 데에 힘쓸 것.
- 일본으로부터 일정량의 병기 공급을 받든가 또는 중국에 중일 합판의 병기창을 설립하고 일본으로부터 기사와 재료의 공급을 받을 것.
- 일본국 자본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남창 구강 철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또 남부 중국 철도 문제에 관한 오랜 교섭에 의거 무창 구강 남창선을 연결하는 철도 및 남창-항주, 남창-조주 간 철도 부설권을 일본국에게 허락할 것.
- 대만과의 관계 및 복건 불할양 약정과의 관계에서 복건성에 있어서의 철도 광산 항만의 설비(조선소 포함)에 관하여 외국 자본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먼저 일본국과 협의할 것.
- 중국에 있어서의 일본인의 포교권을 인정할 것.
정말이지 양아치스러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래 이 맛이 제국주의지.
내가 기억하기로는 독일이 산동반도 전역을 조차한 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본은 다 하려고 각을 재네.
이정도의 내용은 사실상 중국 동북부 전역과 산동반도에 대한 모든 이권을 가져가려 하는 행위였기에
중국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힘들었고, 일단 요구안을 전부 유출시켜 일본에 대한 서양의 반발을 유도했으나
아쉽게도 유럽은 전쟁 중이었다. 반발은 했지만 반발이 전부였다.
미국은 1차대전 유럽전선 참전을 대비 중이었고, 영국은 아예 일본 해군을 지중해로 데려와 전쟁할 구상도 했던 상태였다.
결국 1915년 5월 9일 중화민국 북양정부는 21개도 요구안 중 5호 희망조항을 제외한 모든 조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당연히 중국 내 큰 반발을 샀다.
이제는 구미 열강들도, 자기들도 눈치 보느라 다 못먹은 저 큰 중국을 다 삼키려 하는 일본에 반발하기 시작했지만,
일단 전쟁 끝나고 보자는 심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근현대사 > 다이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라우치 내각의 실책 (0) | 2025.02.12 |
---|---|
오쿠마 시게노부의 내각과 1차대전 (0) | 2025.02.11 |
1차 야마모토 내각과 중립파의 한계 (0) | 2025.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