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푹 쉰 덕에 다리는 이제 움직일만 한 상태로 나아졌다고 할 수 있어졌다.
물론 그렇다해도 만보 이상 걸으면 다리가 미칠 듯이 아파왔지만
그렇다고 다리가 진동하니, 다리 풀릴까 걱정하니 할 정도는 아니었고, 계단도 내려갈만 해졌다.
원래 5일차는 오쓰-히에이산만 다녀오고 말 예정이었는데, 3일차 휴식으로 일정이 애매해지니 이렇게 된 거 통폐합을 시켜버렸다.
그 결과 4일차 일정은 원래 5일차로 배치되었던 이총에서 시작했다.
이총은 구글 지도에서 보면 교토국립박물관 뒷쪽에 있는데
버스로는 '교토국립박물관-산주산겐도 앞'보다 '우마마치'라는 정류장이 더 가깝다.
그렇게 난 이날도 굳이 더 걸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임진왜란에서 전리품으로 희생된 조선인들의 귀를 묻은 무덤(耳塚)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기 뭍힌 건 대부분 코라서 비총(鼻塚)라고 하는 게 맞지만,
이름이 야만스럽다 보니 에도 시대 초기 유학자 하야시 라잔에 의해 이총으로 바뀌었다는 썰이 있다.
썰이라고 하는 이유는 내가 그 진상을 찾아보지 않아서 그렇다.
아무튼 이총이라고 부르며 현재는 개인에 의해 관리되는 중이라고 한다.
교토 시내에는 오사카와 달리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관련된 유적이 의외로 적은데
그나마라고 할만한 곳인 이총-도요쿠니 신사-호코지인데 이 세군데는 모여있다.
도요토미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이 곳들은 임진왜란과 도요토미에 대한 역사적인 에피소드가 있어
개인적으로 꼭 가고싶었던 교토의 명소들이었다.
도요쿠니 신사의 자판기이다. 찍은 이유는 당연히 사묨 방법 때문이다.
저 앞에 흡연구역이 있어 커피 하나 뽑고 담배를 피는데 저거 보고 얼탱이 없어서 웃었다.
도요쿠니 신사는 이름에서 유추 가능하듯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으로 모신 신사이다.
도요쿠니 신사의 존재로 인해 신사의 신으로 모셔진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도 내가 팩트 체크를 안해봤다.
애초에 신처럼 모셔지는 이전시대의 인물이 있기는 하다.
도요쿠니 신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운 호코지의 일부이며,
호코지는 화재로 대부분이 소실되었지만 도요쿠니 신사는 오랜 기간 잘 보존이 되어있다.
도요토미 상은 여기저기서 많이 봤지만 투구나 일본식 칸무리가 아닌 사모를 쓴 게 신기해서 찍어봤다.
도요쿠니 신사는 신사라서 입장료가 없지만 보물관에는 500엔의 입장료가 있다.
그리고 보물관 안에는 도요토미와 관련된 유물과 자료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이빨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찍고 싶었는데 뭐라 할까봐 무서워서 못찍었다.
보물관 내에서 본 도요토미 초상화는 뭐랄까 정말이지 내가 본 도요토미 그림 중 가장 잘생긴 그림이었다.
복식이나 양식은 물론 얼굴고도 위의 동상과 비슷하다.
도요쿠니 신사 옆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웠으나 화재로 소실되었고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다시 세운 절, 호코지(方広寺)가 있다.
히데요리가 재건하고 만든 범종에 위 문구
국가안강(国家安康) 군신풍락(君臣豊樂)이라는 문구는 이에야스(家康)의 이름을 갈라놓아 죽기를 바랬다는 점,
도요토미 가문(豊)이 재흥한다(樂)는 뜻이라는 점을 들어
오사카성 전투의 빌미로 작용했다.
이 주장을 했던 게 후지와라 세이카인가 하야시 라잔인가 당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데리고 다니던 유학자라고 들었는데 누구였더라.
이 문구가 워낙 유명하니, 수백년간 사람들이 이 문구의 위치를 물었고
이제는 다들 쉽게 보라고 하얗게 표시를 해놓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당연히 나는 이 때 신나있었다.
다만 바로 찾지는 못해서 이게 그건가 하고 신난 상태로 주변의 한 아저씨한테 물어봐서 찾게 되었다.
호코지 범종 뒤편으로는 주차장과 공원이 있는데 여기는 호코지의 본당이 있던 곳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천하인이었기에 도다이지처럼 큰 절을 지어 자신의 위세를 자랑하고자했고
그 결과 만들어진 게 호코지였다. 비록 얼마 안가 불탔지만 말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히데요리를 견제하기 위해 호코지의 재건을 명령한 것도
호코지가 그만큼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뒤쪽 공원으로 가서 아까 그 아저씨를 우연히 만나, 그 아저씨랑 위와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러게 왜 조선을 쳐들어와서 이런 얘기도 했다. 뭐 역사는 역사니까.
여담으로 산을 타야되서 안 갔는데
도요쿠니 신사, 호코지 등은 서향이고, 그 역방향, 그러니까 동쪽으로 쭉가서 산을 오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무덤이 나온다.
이후 1980년대 발굴조사로 오사카성에서 발견된 유골 한구를
일본 정부는 도요토미 히데요리로 추정했고, 그 유해를 히데요시 무덤 가는 길 입구에 묻어주었다.
30분만 더 걸으면 갈 수 있지만 다리가 아파요.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걸어 예전 숙소 있던 곳도 왔다.
그 근처 수로에서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그때 우거져있던 수풀이 전부 정리되어있어 아쉬웠다.
대신 정리되어 있으니 저기 걸터앉아 미니스탐에서 산 당고랑 오이오차 마시면서 쉬었다.
저기가 대충 쇼세이엔 근처이고, 교토역까지 걸어서 10분이 안걸린다.
이전에 썼던 숙소들이 다 저 근처라서 주변 돌아다니니 추억 돋고 좋았다.
익숙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교토역에 도착했다.
오쓰-히에이산에 가려면 방법은 두가지
하나는 교토 지하철에서 게이한노선까지 가는 방법이 있는데
케이블카로 가는 건 이게 가깝고 편하지만, 환승을 한번해야 했다.
JR을 타면 환승없이 케이블카와 가까운 역으로 갈 수 있지만, 대신 역에서 케이블카까지 좀 걸어야했다.
나의 선택은 그냥 JR을 타고 겸사겸사 이총-도요쿠니 신사-호코지를 가자는 것이었고
그 결과
오래간만에 교토역에 올 수 있었다.
오랜만인 이유는 한큐의 맛을 느껴버려 더이상은 신쾌속을 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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