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를 이루고 있는 도도부현은 7개
이 중 나고야의 베드타운으로 여겨지는 미에현을 제외한 6개 중
내가 가본 곳은 세개뿐이었다.
오사카, 교토, 효고
그리고 이번 기회에 비와호와 히에이산에 가자고 마음 먹었기에 살면서 처음으로 시가현에 들어가게 되었다.
교토역을 출발해 긴 터널을 지나니 얼마 안가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분만 어렴풋이 건물 사이로 보이길래 기차 안에서는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게 히에이잔사카모토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케이블카까지는 구글지도 기준 도보 20분
이번 여행에서 느낀 교훈 중 하나라면
구글지도에서 알려주는 도보 소요시간은 믿지 말자
못 갈거리는 아니었지만 정말 멀었다.
한참을 걸었는데 반도 못온 걸 보고 충격을 받기는 했다.
역 앞의 관광 안내소에서 지도를 하나 받았는데 케이블카 가는 길에 절들이 많았고
겸사겸사 이 중 한군데 들리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대충 40분은 족히 걸은 것 같다.
그렇게 길을 잃었다.
정확히 말하면 구글지도 들고 길을 잃을 리는 없지만, 구 치쿠린인 입구를 못찾아 서성이다가 여러 숲길과 계곡을 구경했다.
산도 산인데, 녹음이 우거지고 물이 흐르며 석조 다리에 이끼가 끼니 모노노케히메 저리가라였다.
돌아다니며 여기는 모노노케 히메 마케팅을 하면 좋겠다 하면서 등산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다리가 아파서 포기했다.
여담으로 이곳은 히요시 타이샤라고 하는 신사로 가는 길인데
신사치고 입장료가 있었던 거랑 입장료 가격이 꽤 되었다는 점
이미 두시가 넘었는데 케이블카 하행 막차가 5시라는 점 때문에 걸렀다.
그 대신 간 곳이 바로 이곳 '구 치쿠린인'이다.
승려들이 산에서 생활하다가 나이가 들면 산에서 내려와 여생을 보내는데, 그런 시설을 뭐라고 불렀는 지는 까먹었다.
히에이산 밑에는 이런 승려들이 여생을 보내기 위한 거처들이 여러 곳 있었는데 구 치쿠린인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런건 상관없고 역시 진정한 매력은 일본 전통식 다다미방에서 보는 정원이었다.
이런 일본의 전통적인 매력을 느끼기에는 최고라고 생각했으며
여기서 녹차 한잔만 팔아도 이게 와비사비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두시가 넘도록 밥을 못먹었다는 점이었다.
주변에 가게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점심을 가볍게 먹고 싶었고 어차피 엔랴쿠지 안에 식당이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그거 하나 믿고 돌아다니다가 케이블카를 타러 이동했다.
케이블카는 왕복 1600엔 정도 했던 걸로 생각한다.
기차타고 오는 비용도 생각하면 결국 왕복 20000원 넘는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풍광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풍경을 보고 그 돈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 일주일만 더 늦게 출발해서 단풍 좀 들면 얼마나 더 이쁠까 싶었다.
결국 모미지가리는 한국에서 했다.
비와호는 일본 최대의 호수이며 간사이와 주부 사이의 지형적 벽이기도 하다.
위 사진에서 나오는 부분은 비와호의 3분의 1정도이며, 북쪽으로는 후쿠이현과도 닿아있는 엄청 큰 호수이다.
히에이산에 오르는 케이블카는 두 종류인데, 굳이 그 중 오쓰 방면을 고른 것 역시
이 비와호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비록 이 때 이미 다리는 아파왔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일본 천태종의 본산이자
반 오다 사사의 대표 중 하나였던, 그렇기에 山채로 불에 탔던 엔랴쿠지를 거를 수가 없었다.
문제라면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엔랴쿠지까지 도보 20분 정도 더 걸린다는 거?
그리고 그 길은 산길이며 내 다리는 이미 아팠던 상태였다.
다리야 우짜노 여까지 왔는데
엔랴쿠지는 단풍이 거의 들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내부에 식당과 자판기 그리고 흡연구역이 있었다.
구글지도로 봤을 때는 엔랴쿠지가 그리 커 보이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엔랴쿠지는 동탑구역, 서탑구역, 그리고 또 하나의 구역(이름 까먹음)으로 삼분되어 있었고
내가 간 곳은 동탑 구역이었다.
근본 중당은 외관이 공사 중이었지만 내부는 공개 중이었고 그 안에는 1200년 된 불상들이 보존되어 전시 중이었다.
궁금해서 스님께 여쭈어보니 이 불상들은 헤이안 시대의 것이며,
히에이산이 아케치 미츠히데에 의해 불타고 엔랴쿠지가 파괴되었을 당시
이 불상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전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한중일 천태종의 회담이 엔랴쿠지에서 있어 이를 기념하는 비석도 있었고,
엔랴쿠지 설립과 천태종 전래에 큰 도움을 주었던 장보고 기념비도 있었다.
상당히 오래된 비석 설명문에서 일본인도 아닌 장보고를 정말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말로 장보고라는 인물은 한국보다 중국과 일본에서 더 주목받고 고평가한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며, 다리가 너무 아프니 JR역으로는 못 가고
그 대신 케이블카와 가까운 게이한 역으로 이동해 오쓰시 중심 지역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기차에 타니 할머니들이 말을 걸어주셨고 먹을거리도 주셨다. 조그만 도넛이었는데 디게 맛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떠들다가, 할머니들이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셨는데
오쓰에서 밥먹고 호숫가도 구경하다가 숙소가 있는 교토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 이건 거짓말이었다.
내가 굳이굳이 오쓰라는 이유는 바로 오쓰 사건때문이었고
굳이 오쓰에 러시아 니콜라이 2세가 황태자 시절 칼 맞은 자리를 보러가요
라는 개씹덕같은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그래서 만약 할머니들이 그냥 교토가라고 하면
그냥 조용히 포기하고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친절히 호숫가까지 바래다주셨고, 진심을 다해 감사를 표한 다음
이거 보러 갔다.
어찌 보면 조약개정이라는 주제를 다룸에 있어
여기가 이번 여행에서 간 곳 중 나에게는 가장 의미있고,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만약 쓰다 산조가 여기서 니콜라이 2세를 죽였다면 러시아 제국은 몇년이라도 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여담으로
할머니들께서 오쓰에서 밥먹지 말고 교토로 가라한 이유는 오쓰에 식당이 없어서,
아무것도 없고 그냥 이름만 있는 현청소재지라서 그랬던 것이었는데
게이한이 다니는 비와코하마오쓰역부터 JR 오쓰역 사이에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오쓰는 확실히 베드타운에 불과한듯 하다.
다시 교토역으로 돌아와 저녁으로 고기를 먹고
버스타고 지온인 앞에 잠깐 들렸다가 쉬었다.
이제 고민은 하나다. 4일차의 일정 통폐합으로 인해 5일차는 일정이 비었다.
그러면 어디를 갈 것인가?
그런데, 간사이권 주요 관광지 중에,
남들 다 가봤는데 나만 안가본 데가 하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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