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한국 정치계에서 '빅텐트'라는 단어가 주기적으로 보인다.
일종의 좌우 합작의 이상향으로써 진영 논리에 매몰된 현 정국을 타계할 일종의 희망적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특정 목표(설명 생략)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가용할 수 있다는,
정당과 정치인의 역량 강화 및 이미지 유화 수단으로써 한국 정치계에서 나름 매력이 있다 판단되는 듯 하다.
하지만 난 빅텐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 정치에서 빅텐트는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빅텐트가 무엇인가?
온건과 강경, 좌익 진영과 우익 진영의 의향과 방향성을 모든 아우르는 방향성의 정당이 아닌가?
따라서 진보적 이상향과 보수적 현실을 모두 참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라 할 수 있겠다.
너무 좋은 말이다. 이렇게 좋은 걸 그동안 안한걸 보니 우리나라 정치가 그간 얼마나 무능하고 썩었는지 말 안해도 알겠다.
그렇다면 서연고 법대 나오시고 사시패스하셨다는 분들이 그동안 빅텐트를 왜 안했을까?
그리고 왜 빅텐트 정당은 외국에서도 잘 안보이는 걸까?
모든 인간의 이해관계를 아우르는 정치 담론이라는 것은 절대 나올 수가 없다.
누군가는 진보적 이상을 실현하기를 원하고, 다른 누군가는 보수적 현실에 알맞는 정책을 바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관점이나 성장 배경에 의한 것일 수 있지만,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이를 최대한 조율하거나 혹은 설득하여 다수의 지지를 받아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모든 이해관계를 포용하는 형태의 정책은 비논리적이고 불가능하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해관계를 모두 포용하겠다는 정치인이나 정책이 나온다면 그것은 둘 중 하나이다.
역효과만을 양산해내는 실패작이거나, 거짓말로 뒤덮힌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이럴 바에야 뚜렷한 방향성에서 이에 동조해주거나 공감하는 여론과 집단에 편승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실제로 정치라는 것이 이러한 경향을 따라서 발전했다. 민주공화정이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빅텐트는 불가능한 것인가?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한가?
내가 알기로는 전세계에 빅텐트 정당은 단 두개가 존재한다.
러시아의 '통합 러시아', 일본의 '자유민주당'
이 두 정당은 근본적으로는 보수 정당이지만 장기집권과 정치적인 절대 입지를 기반으로 빅텐트로 선회한 것이지
빅텐트라서 국민 통합과 정치적 성공에 다다른 정당이 아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위 두 정당과 같은 정치적 입지를 가진 정당이 아니고선
빅텐트는 정치적 방향성이나 대안 제시를 위한 메시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5~10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지금의 한국 정치에서 빅텐트는 비현실적인 개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저 두 정당은 정당 독재와 당원 독재로 비판받는, 어쩌면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을 저해한다고 비판받는 정당이다.
그렇다면 빅텐트의 존재가 과연 이해관계를 포용하는 효과만을 만들어낸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하고 이에 따른 역효과만을 양산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 러시아와 자유민주당은 러시아와 일본에서 '적폐'이다.
정책과 행정 전반이 저 두 정당 및 유착된 집단을 위해 움직이고 있고, 이에 따른 문제점도 불어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에서 이 문제점을 해결할 정치적 수단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를 생각하면 빅텐트가 이상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보는 것은 오히려 부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치계는 '포용'과 '국민통합'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어를 '묵살'과 '반대의견 무시'라는 식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정서를 감안하지 않고 이에 비판만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만,
저 '포용'과 '국민통합'을 위한 대안으로 빅텐트를 제시하는 건 이보다 더 비현실적인 것이자
정치적 현실과 사상적 이유를 망각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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